"2018년 16강 도우미 손흥민 온다" 멕시코 축구팬 '기대·경계'
월드컵 같은조 편성에 과거 소환…현지진출 韓업계서 "멕시코와는 비기길" 목소리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개최지 중 한 곳인 멕시코가 조별리그에서 맞붙게 된 한국 축구대표팀에 대해 '2018년 월드컵에서의 추억'을 복기하며 기대감과 경계심을 드러냈다.
엘우니베르살과 레포르마를 비롯한 주요 일간지, 스포츠 전문 매체 레코르드, TV에네마스(N+) 방송 등 멕시코 현지 언론은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식 결과를 온라인 주요 뉴스로 다루며,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한 조에 편성된 대표팀을 발 빠르게 소개했다.
유럽 플레이오프(PO) 승자를 포함한 3개 팀에 대해 멕시코 언론들은 "만만한 경쟁자가 없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한국 대표팀에 대해 "주요 길목에서 만난 악연 관계이면서도 월드컵 상대 전적에서 우리가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 한국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각각 멕시코에 1대3, 1대2로 패한 바 있다.
통산 전적에서도 한국은 멕시코에 4승 3무 8패로 열세다.
멕시코 매체들은 이구동성으로 손흥민(로스앤젤레스 FC),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을 한국 대표팀 경계 대상으로 꼽으며 "이미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선수들"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서는 특히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뜻하지 않게 '멕시코 16강 진출 도우미' 역할을 한 손흥민의 골을 소환하는 게시글이 쉽게 발견됐다.
멕시코는 러시아 월드컵 당시 스웨덴과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0-3으로 참패했지만,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이긴 덕에 스웨덴과 함께 16강에 진출한 바 있다.
당시 김영권의 첫 골에 이은 손흥민의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은 한국이 직전 대회 우승국이었던 '전차군단' 독일을 꺾는 이변을 연출하는 데 기여했다.
평소 축구에 열광하는 멕시코 주민들은 이 경기 직후 멕시코시티에 있는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으로 몰려와 한국과 멕시코 국기를 흔들며 "Coreano, hermano, ya eres mexicano"('한국인은 형제이며, 이미 멕시코 사람'이라는 뜻)라는 구호를 외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구호는 7년이 지난 지금도 통용된다.
멕시코시티 시내 일부 식당에 '서울 수프', '손흥민 갈빗살' 등 메뉴가 등장하거나, 멕시코 최대 항공사인 아에로멕시코가 인천∼멕시코시티 항공편 20% 할인 판매에 들어가면서 항공기 동체에 '아에로코레아'(Aerocorea)라고 적힌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할 정도였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교민과 기업들은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소셜미디어 단체 대화방에는 경기장 예매 관련 문의 글이 이어지면서도 축구 경기 결과에 울고 웃는 멕시코 주민들의 평소 생활상을 잘 알다 보니, 내심 멕시코 경기에서만큼은 무승부를 바라는 모습도 보인다.
한국 대표팀이 A조 경기를 치르게 된 누에보레온주(州) 몬테레이에는 주 전체 기준 교민과 주재원이 4천500여명,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에는 주 전체에 1천명가량 거주하고 있다.
몬테레이 인근에 있는 한국계 부품업체 대표는 "같은 주 내에 연고를 둔 라이벌 프로 축구팀 팬끼리 서로 별로 말을 섞지 않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운 나라"라며 "한국팀이 이기면 교민들은 속으론 좋겠지만,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비기는 게 최선"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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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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