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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 내 이름은 레만. 4살 된 리트리버에요. 원래 가족과 함께 지냈는데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거리가 집이 돼 있었어요. 이후 누군가 손에 이끌려 보호소 철창 안에서 지내게 됐어요. 너무 무서워서 엄마, 아빠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해요. 이곳에는 최근에 오게 됐어요. 나는 사람들 발 옆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있는 걸 가장 좋아해요! 동생 루비는 얼마 전 새 가족을 만나서 떠났는데 너무 부러웠어요. 나도 언젠가 새 가족의 품으로 갈 수 있겠죠?”
반려견.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개. 보호자와 한집에 살면서 가족처럼 보살핌을 받는다.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민은 591만 가구, 1546만 명.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6.7%에 달한다.
'반려(伴侶)'는 짝이 되어 함께 살아간다는 뜻이다. 따라서 '반려동물'은 단순히 함께 사는 행위를 넘어 생명 전체를 책임지겠다는 평생의 약속을 의미한다. 한때 반려견이었으나 떠돌이개 또는 유기견이라 불리는 존재들이 있다. 이들은 사람에게 버려졌지만, 여전히 사람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송지훈 대표(29)가 운영하는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훈트'는 유기견의 입양을 도와주는 곳이다.
유년시절부터 개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송 대표는 5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설 유기견보호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시보호소와 달리 안락사를 시키지 않아서 선택했지만 이것도 유기견을 위한 최선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개들도 나이가 들면 입양이 어려워지니까 입소해서 철창 안에서만 지내다가 보호소 나와보지도 못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친구들도 많아요."
"출근해서 철창문을 열 때마다 '혹시?' 하는 생각에 두려운 때도 많았고요”
송 대표는 유기견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는 아이와 1년 동안 철창 안에서 같이 점심을 먹기도 하고, 사비를 털어 노견들만 데리고 애견 운동장을 대관해 마음껏 뛰어놀게도 해줬다. 그러다 지난 5월 유기견 입양을 위한 카페를 열었다.
이곳에서 지내는 아이들은 각자 사연이 있다. 안락사 전날 구조된 ‘레만’, 김포의 공장에서 식용견으로 잡혀갈 뻔한 ‘베른이’, 성대 절반이 제거된 채 발견된 ‘구름이’ 등. 현재 14마리의 유기견들이 입양의 손길을 기다리며 지내고 있다.
지난 7개월간 7마리의 유기견이 새 가족을 만났다. 송 대표는 입양 조건에 대해 “강한 통제 성향이 있으면 안되고, 너무 어린 나이여도 안된다."며, "함께 하는 시간이 충분한 분이 좋다”고 말한다. 훈트에서 유기견을 입양하기 위해서는 3번 이상 방문해야 한다. 그동안 세세한 상담과 대상 유기견과의 교감의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한다. 항상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탄현이가 최근 입양을 갔는데, “탄현이는 산책도 어려운 아이였어요. 보호자가 성급히 다가가지 않고 잘 기다려주셨어요. 유모차에 태워 바람 쐬는 거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함께 걷기 시작했죠. 최근엔 함께 여행도 다녀오셨다고 해요”라고 송 대표가 설명했다.
유기견 입양을 위해서는 인내심과 맞춤형 교육이 필수다. 송 대표는 특히 ‘아픔’을 잘 이해해달라 당부했다.
“일반적인 반려견들과는 다른 존재들이에요."
"어떤 상처와 트라우마가 있는지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에 대해 공부하는 마음이어야 해요."
"기존의 반려견 교육 틀에 맞추면 안되요."
"보호자의 의무는 오직 아이들의 행복이어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기다림이 설렘이 되게’.
훈트의 아이들은 오늘도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아래는 현재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이다. 반려견을 맞이하는 것은 기쁨이지만, 유기견을 다시 가족으로 맞이하는 것은 존중과 헌신이다. 훈트의 아이들이 모두 따뜻한 가족을 만나 '두 번째 삶'을 꽃피우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