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프로는 돈에 따라 움직인다고 하지만, 김재환(SSG 랜더스)은 아니었다. 오직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8억 원을 포기하고 홈런이 많이 나온다는 랜더스필드로 떠났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는 지난 5일 “외야수 김재환(37)과 2년 총액 22억 원(계약금 6억, 연봉 10억, 옵션 6억) 조건에 영입 계약을 체결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SSG 구단은 “김재환 영입은 팀 OPS 보강과 장타력 강화라는 명확한 목표 아래 진행됐다. 리모델링을 위한 경쟁 기반의 팀 컬러를 유지하면서도 베테랑의 경험이 젊은 선수들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수 또한 새로운 환경에서의 도전 의지가 강해 구단은 가능성을 봤다”고 김재환을 영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두산 베어스와 4년 115억 원 FA 계약이 만료된 김재환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예상을 깨고 두 번째 FA를 신청하지 않았다. 김재환의 내년 나이는 38살. FA 이적 시 25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가 필요한 B등급으로 분류됐다. 올해 저조한 성적, 에이징 커브, FA 등급, 구단의 스토브리그 방향성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였다. 김재환이 두산과 다년 계약을 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게 들렸다.
두산은 4년 전과 마찬가지로 김재환을 무조건 잡는다는 기조 아래 잔류 협상에 돌입했다. 그러나 마라톤 협상의 결말은 결렬이었다. 보류선수 명단 제출 마감시한인 11월 25일 밤까지 김재환 소속사인 리코스포츠에이전시 관계자와 장시간 의견을 교환했으나 최종 합의에 다다르지 못했다. 정확히는 김재환 측이 두산이 제안한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산은 지난 2021년 12월 17일 생애 첫 FA 권리를 행사한 ‘집토끼’ 김재환과 4년 총액 115억 원(계약금 55억, 연봉 55억, 인센티브 5억)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은 협상 과정에서 선수 측과 계약 총액에서 이견을 보였다. 선수가 구단이 제시한 조건보다 높은 액수를 원했다. 프랜차이즈 홈런타자 반드시 필요했던 두산은 김재환을 어떻게든 붙잡기 위해 총액을 115억 원으로 줄이는 대신 계약서에 부가 조항을 삽입했다. 4년 계약 만료 후 구단이 김재환을 우선 협상자로 분류, 계약이 결렬될 경우 보류권을 풀어준다는 내용이었다. 두산의 제안을 거절한 김재환이 자유의 몸이 된 이유다.
[OSEN=잠실, 조은정 기자]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이날 홈팀 두산은 곽빈을, 원정팀 키움은 정현우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4회말 2사 3사 3루 키움 3루수 송성문이 두산 김기연의 땅볼에 포구 실책을 범했다. 실책을 틈타 3루주자 김재환이 득점을 올린 뒤 더그아웃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2025.06.15 /[email protected]
일각에서 김재환이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두산을 떠났을 거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런데 두산은 SSG의 22억 원보다 8억 원이 많은 30억 원 규모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기간도 1년을 더 보장했다. 그런데 왜 두산을 떠나 SSG 이적을 택한 걸까.
김재환은 5일 개인 SNS 계정을 통해 “흔들릴 때마다 두산에서 꼭 다시 잘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다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지만, 열심히 만으로는 결과를 바꾸기 어려운 한계에 다다랐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끝에서 저는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도전해보자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산에서 보낸 지난 몇 년 동안 저를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스스로를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홈런타자의 모습이 사라진 저를 안타까워해주시는 팬들, 동료들, 구단 직원분들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고, 제 자신에게 실망한 제 모습을 보는 거 같아 괴로웠습니다. 더 이상 많은 분들께 실망과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라고 털어놨다.
[OSEN=고척, 박준형 기자] 24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진행됐다.이날 키움은 김연주를 두산은 콜어빈을 선발투수로 내세웠다.1회초 2사 두산 김재환이 선취 2타점 적시 3루타를 날리고 있다. 2025.04.24 / [email protected]
김재환은 “최근 제 선택을 두고 많은 비판과 실망의 목소리가 있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팬분들이 보내주신 모든 말씀과 질책을 절대로 가볍게 여기지 않겠습니다. 오랜 시간 제 이름을 외쳐주시고 박수 보내주셨던 만큼 그 기대에 어긋난 모습과 선택으로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장고 끝 생애 첫 이적을 결심한 만큼 각오도 남달랐다. 김재환은 “두산에서 보낸 18년의 시간을 제 인생 그 자체였습니다. 11월 내내 하루도 편히 잠들지 못할 만큼 고민했고, 제가 힘들 때조차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셨던 팬분들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새로운 환경과 시작에 대한 두려움도 크지만,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두산에서 보낸 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며, 언젠가 어디에서든 여러분을 다시 마주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여러 상황 속에서도 저를 믿고 기회를 주신 SSG 구단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SSG 랜더스 팬 여러분께도 실망 드리지 않겠습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믿고 지켜봐주십시오”라고 약속했다.
김재환은 끝으로 “제 선택과 과정으로 마음 고생하셨을 두산 동료들과 팬분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 어린 감사와 사과의 마음을 전합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많이 죄송했습니다”라고 두산 팬들을 향해 작별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