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79) 미국 대통령이 국제축구연맹(FIFA)이 신설한 'FIFA 평화상(Fifa Peace Prize)' 첫 수상자가 됐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추첨을 앞두고 진행된 시상식에서 지안니 인판티노 회장이 직접 트로피와 메달, 인증서를 전달했다.
올해 처음 제정된 이 상은 '평화를 위해 비범하고 탁월한 행동을 보여 전 세계를 하나로 묶은 인물'에게 주어진다. 최근 여러 공개 석상에서 인판티노 회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던 트럼프 대통령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고, 6일(이하 한국시간) 워싱턴DC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조추첨 행사장에서 수상이 공식 확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상 연설에서 "외교적 개입으로 수천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 이를 막아냈다"라고 주장하며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영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2026년 월드컵은 역대 최다 티켓 판매를 기록했다. 미국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나라"라고 덧붙였다.
2026년 월드컵은 미국·캐나다·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며 내년 6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상식 직후 멕시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와 함께 조추첨 개막 퍼포먼스를 진행했고, 이후 인판티노와 나란히 서 셀피 촬영까지 했다. 미국은 D조, 멕시코는 A조, 캐나다는 B조에 배정됐다.
조추첨이 열린 워싱턴DC 케네디 센터는 백악관에서 불과 1.6km 떨어진 곳이며, 올해 이사진 개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행사 내내 트럼프를 중심에 둔 연출이 이어졌다. 그의 선거 유세 현장에서 반복 재생되는 1970년대 그룹 '빌리지 피플'의 'YMCA'가 울려 퍼졌고, 시상식 순서가 조추첨과 섞여 진행되는 이례적 구성도 눈에 띄었다.
트럼프와 인판티노 회장의 밀접한 관계는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왔다. 인판티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이스라엘-가자 휴전 중재로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지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일부 비판론자들은 "FIFA가 정치적 중립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FIFA 내부에서도 평화상 제정 과정에서 이사회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영국 'BBC'는 "이번 조추첨과 시상식은 정치적 분위기가 짙게 깔려 있었다. 세계 축구 행정 기구가 특정 정치 세력의 홍보 도구로 비칠 위험이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반면 FIFA 내부 고위 관계자는 "축구는 세계인의 언어이고, 평화를 위한 노력은 어떤 형태로든 인정받아야 한다"라며 "왜 노벨평화상보다 작아야 하느냐"라고 반박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