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외야수 나성범(36)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유는 딱 하나. 4번타자로 9년동안 든든하게 자리를 지켜온 최형우가 친정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4번타자는 외국인타자의 몫일 수도 있으나 국내 선수 가운데 나성범이 부상없이 풀타임으로 제몫을 해주어야 타선이 돌아갈 수 있다.
2022시즌 FA 이적후 주로 3번타자로 나섰다. 4년동안 999타석에 들어섰다. 그 다음으로는 5번타자로 338타석을 소화했다. 4번타자로도 256타석에 뛰었다. NC 다이노스 시절부터 4번자리는 낯선 곳이 아니었다. KIA에서는 최형우의 특유의 클러치 능력을 발휘하며 4번를 지킨터라 앞뒤에 포진했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최형우가 빠졌지만 전혀 전력보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형우는 9시즌 동안 연평균 20홈런과 92타점을 생산했다. 새로 들어오는 외인과 함께 남아있는 타자들이 십시일반 메워주어야 한다. 그 가운데 나성범은 더 많은 부분을 담당해야 하는 책무가 생겼다.
KIA 나성범./OSEN DB
FA 입단 이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첫 해 2022시즌 전경기(144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푼 21홈런 97타점 OPS .910의 우등성적을 냈다. 150억 가치를 무난하게 증명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3년 연속 부상에 시달리며 풀타임에 실패했다. 그래도 2024시즌은 102경기 2할9푼1리 22홈런 90타점을 기록하며 우승에 기여했다.
올해는 풀타임을 목표로 세웠으나 개막 한 달 만에 종아리 근육 손상으로 81일간 빠졌다. 82경기 2할6푼8리 10홈런 36타점 OPS .825를 기록했다. 310타석에서 79개의 삼진을 당했고 득점권 타율 2할5푼7리를 기록했다. 5할을 넘기던 장타율이 9년만에 4할대로 떨어졌다. 잦은 부상과 함께 이제는 에이징커브에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최형우의 이적과 함께 타선 약화는 불가피해졌다. 나성범의 풀타임이 더욱 중요하다. 137m짜리 홈런을 날리는 특유의 파워는 여전하다. 통산 3할1푼2리의 정교함을 갖췄기에 부상없이 풀타임을 보내면 성적이 나올 수 있다. 일단 계속되는 하체 부상으로 인해 수비폭이 예전만 못해 지명타자 출전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비 부담이 줄어들면 부상관리도 잘 이루어진다. 타격에 전념할 수 있기에 풀타임 기대도 높아질 수 있다.
약점 극복이 활약의 키를 쥐고 있다. 올해는 배트스피드가 떨어졌는지 빠른 볼에 대응이 늦는 모습을 보였다. 상대의 집요한 몸쪽 공략에 대처하고 타격능력을 극대화가 더욱 절실해졌다. 양쪽 높은 모서리에 꽃히는 ABS존 적응도 숙제이다. 스스로 가장 대응이 어렵다고 토로한 지점이다. 말도 안되는 볼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면 멘붕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어떡하든 이 부분을 적응하고 대응해야 한다.
4번타자이자 맏형으로 타선을 이끈 최형우의 이탈로 후배들은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다. 이제는 김선빈과 함께 야수진의 맏형이다. 특유의 타격으로 든든하게 후배들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최형우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래서 나성범의 풀타임은 본인의 명예회복과 팀 운명에 직결되어 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