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통일교, 민주당에 수천만원" 진술 받고도…수사 덮은 김건희특검

중앙일보

2025.12.05 18:13 2025.12.05 22:2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특검 조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수천만원의 정치자금을 지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문재인 정부 시기에 민주당 의원 2명에게 수천만원의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 대선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집중 접근했고, 그 이전 문재인 정부 시기엔 더불어민주당에 신경 써 정치자금과 금품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받은 것으로 지목된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선 소환조사 등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김건희 특검팀이 이른바 ‘통일교-국민의힘 정교 유착 의혹’ 수사를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8월 면담 조사에서 민주당에 대한 정치자금 지원 사실을 진술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중진 의원 한 명에게는 1000만원대 시계와 현금 수천만 원을, 또 다른 의원 한 명에게는 현금 수천만원을 전달했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특히 윤 전 본부장은 해당 민주당 의원들이 통일교 본부에 해당하는 경기 가평군 천정궁을 방문해 한학자 총재를 직접 만나 인사를 나눈 뒤 돈을 받았다는 점도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영호 "장관급 4명 어프로치, 2명은 총재에게도 왔다"

실제 윤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자신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 재판에서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고 말했다. 특히 “(대선) 후보에 어프로치하려면 후보자에게 바로 가지 않는다. 제가 그때(2022년) 어프로치했던 게 현 정부의 장관급 4명 정도다. 2명은 (한학자) 총재에게도 왔다 갔다”고 덧붙였다.


김건희 특검팀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했다. 뉴스1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 측에서 통일교 측에 연락을 하며 접촉을 시도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재명 쪽에서도 다이렉트(직접)로 어머니 뵈려고 전화가 왔다. 하지만 어머니 의도가 명확해서 그때 (마이크) 펜스하고 윤을 브릿지(연결)한 것”이라면서다. 이와 관련 통일교는 2022년 ‘한반도 평화서밋’ 행사에서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 면담을 주선했다.




통일교, 민주당에도 수백만원 후원금 전달

통일교가 국민의힘 뿐 아니라 민주당과도 관계를 유지하며 자금을 지원한 흔적은 정치 후원금 내역에서도 나타난다. 한학자 총재와 윤영호 전 본부장 등 통일교 관계자들은 국민의힘 시도당 및 당협위원장 20명에게 1억4400만원을 쪼개기 후원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외에도 민주당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 등에 대해서도 전방위 후원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호남 지역을 담당하는 통일교 관계자는 특검 조사에서 “2022년 강기정 광주시장(200만원), 이용섭 전 광주시장(300만원), 김영록 전남도지사(300만원)를 후원했다”고 진술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진 공동취재단
한 총재의 ‘정교일치’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통일교가 정치권에 접근을 시도했고, 특히 민주당에도 정치자금과 후원금을 지급했다는 사실을 김건희 특검팀의 정례브리핑이나 수사결과 보도자료 등에서 언급된 적이 없다. 한 총재 등 통일교 주요 관계자들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할 때도 특검팀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범죄 덮어줘" 봐주기 수사 논란

특검팀은 지난 10월 통일교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기소했을 뿐 통일교와 정치권의 유착 의혹은 수사를 확대하지 않았다. 김건희 특검팀이 통일교와 민주당의 유착을 의심할 단서를 확인하고도 사건을 덮고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 야당에 대해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압수수색을 벌이던 특검이 민주당에 대해선 수사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며 “ 민주당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즉각적인 수사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5일 “특검이 뒤로는 이렇게 민주당 범죄를 덮어주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은 사실상 통일교를 지목하면서 '정치에 관여한 종교단체를 해산시키겠다'고 황당한 소리까지 했다”며 “그 말 대로라면 통일교 돈을 받은 민주당, 여당 하청업자가 된 민중기 특검부터 먼저 해산시키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정진우([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