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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부족함 느꼈다”… 직접 밝힌 젠지 사임 이유, 김정수 감독의 남다른 책임감

OSEN

2025.12.0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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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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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영등포, 고용준 기자] 3년 전, 다크호스로 기적 같은 ‘미러클 런’을 완성했던 DRX의 영광 뒤에는 그의 눈물이 있었다. 부당해고로 인해 강제로 휴식을 취해야 했던 그는 2년의 공백을 뒤로하고 2024시즌을 앞두고 젠지로 복귀했다.

‘롤드컵 청부사’라는 명성답게 그는 최고의 기량을 갖춘 젠지 선수들과 함께 2024년과 2025년 MSI 2연패, EWC 2025 우승을 일궈냈다. LCK에서도 2024 스프링 우승, 서머 준우승, 2025 LCK 우승까지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리그의 절대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가을 축제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의 결과는 아쉬웠다. 2년 연속 4강, 특히 MSI와 EWC, 단일 리그로 바뀐 LCK까지 모두 제패하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던 젠지의 2025 롤드컵 4강 탈락은 충격적이었다. 옥의 티였지만 그는 변명하지 않았다. 당연하리라 여겨졌던 계약 연장마저 스스로 포기하며 4강 탈락의 책임을 온전히 짊어졌다.

2년 동안 쉼 없이 달려왔던 김정수 감독은 선수들이 아닌 자신의 부족함을 이유로 사실상 자진 사임을 선택하며 남다른 책임감을 보였다.

OSEN은 11월 말, 2026시즌 휴식을 선언한 김 감독을 서울 영등포의 한 장소에서 만나, 젠지 감독직에서 물러난 이유와 향후 진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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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LCK컵 준우승 이후 젠지는 2025 정규시즌 동안 단 세 번만 패했다. 단일 시즌 체제로 치러진 정규리그에서 29승 1패라는 압도적 성적을 기록하며 팬들과 전문가들로부터 ‘호랑이’, ‘산군’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강력함을 보여줬다. MSI 2연패와 EWC 첫 우승까지 더하며 불패 가도를 이어갔다.

2025 LCK 플레이오프에서는 KT에게 일격을 허용했지만, 결국 마지막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최고의 한 해를 예약한 상황이었다. 다만 2025 롤드컵 4강에서 KT에게 1-3으로 패하며 화룡점정을 찍지 못한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김정수 감독은 “돌아보면 2년은 뜻깊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정말 쉬지 않고 달렸다. 그러나 젠지는 롤드컵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다. 그 목표를 2년 연속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책임감을 느꼈다. 스스로 부족함을 인정했고 팀에 사의를 전달했다”고, 삼성 갤럭시에서 젠지로 이름이 바뀐 이후 최고 성적을 냈음에도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2025 롤드컵 4강 패배 직후의 이야기를 묻자 김 감독은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말했다. “여러 차례 롤드컵을 경험했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마지막 경기가 끝나면 피드백을 하지 않는다. 시즌이 끝난 상황에서 피드백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2025 롤드컵이 4강으로 끝나고 나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으로서 마지막을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이 당연하다고 판단했다. 자책도 많았다. 그래서 팀에 계약 종료 의사를 밝혔다”며 “마지막 결과는 아쉬웠지만, 젠지에서의 2년은 너무나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뛰며 생생함과 열정이 다시 살아났다. 정말 행복한 2년이었다. 다만 팬들께서 기다리셨던 월즈 트로피를 드리지 못해 송구스럽기도 하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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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김 감독은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많이 부족함을 느꼈다. 그래서 사임 이후엔 은퇴도 고려했다. 성적은 결국 감독의 책임이다 보니, 시즌을 돌아보며 밴픽과 피드백 등 여러 면에서 ‘내가 정말 잘하고 있었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혹여 번아웃이 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당분간 쉬거나 대학원에 진학해 e스포츠를 학문적으로 공부하며 2026년 이후 계획을 세우려 했다. 그런데 최근 여러 책을 읽으며 나를 다시 돌아보니, 일에 대한 열정이 다시 올라오는 걸 느꼈다. 매일 지인들과 에이전트가 ‘감독은 이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상황이다.”

김 감독이 차기 시즌 휴식을 예고했지만, 그의 역량을 잘 아는 LPL이 그를 눈여겨보지 않을 리 없었다. 인터뷰 후 잠시 자리를 함께한 박재석 쉐도우코퍼레이션 대표는 “김정수 감독은 계약 성사 여부와 별개로 아직 충분한 장점을 가진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꾸준히 일을 하도록 설득할 예정이다. 관심 있는 LPL 팀도 있다”며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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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김정수 감독은 에이전트 박재석 대표의 간곡한 권유에 마음을 돌려, LPL에서 2026시즌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지난 5일 웨이보는 공식 SNS를 통해 김정수 감독의 영입을 발표했다. /[email protected]


고용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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