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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갈빗살'도 등장했었는데…"멕시코 영웅, 이젠 적으로"

중앙일보

2025.12.05 21:16 2025.12.05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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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전통모자 솜브레로를 쓴 손흥민. 사진 SNS 캡처

“손흥민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의 탈락을 이끈 96분 득점으로 (멕시코) 영웅으로 등극했다. 이제 한국은 내년 북중미월드컵에서 멕시코를 (적으로) 상대한다.”

스포츠 매체 ESPN은 한국축구대표팀 손흥민(33·LAFC)이 멕시코 전통모자 솜브레로를 쓴 모습을 올리며 이렇게 전했다.

앞서 손흥민은 2018년 7월 토트넘(잉글랜드) 소속으로 미국 투어차 LA 한인타운을 찾았을 당시 멕시코팬들로부터 솜브레로 선물을 받았다. 손흥민이 2018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후반 추가시간 쐐기골로 독일을 2-0으로 격침 시켰기 때문이다. 스웨덴과 3차전에서 0-3으로 졌던 멕시코는 한국 덕분에 독일을 따돌리고 조2위로 16강에 올랐다.

러시아 월드컵 당시 독일을 무너뜨린 손흥민. 연합뉴스

당시 멕시코 팬들은 경기 직후 멕시코시티의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으로 몰려와 한국과 멕시코 국기를 흔들며 “Coreano, hermano, ya eres mexicano”(한국인은 형제이며, 이미 멕시코 사람)라는 구호를 외쳤다. 멕시코시티 시내 일부 식당에 ‘서울 수프’, ‘손흥민 갈빗살’ 등 메뉴가 등장했다. 멕시코 최대 항공사인 아에로멕시코가 인천∼멕시코시티 항공편 20% 할인 판매에 들어가면서 항공기에 ‘아에로코레아’(Aerocorea)라고 적힌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할 정도였다. 멕시코 팬들은 한국인을 목말 태우며 “손흥민이 월드컵 기적을 줬다”고 고마움을 표시했었다.

손흥민도 올해 8월 멕시코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LA의 연고팀 미국 LAFC로 이적한 뒤 “그들이(멕시코인들) 잊지 않고 2018년 때처럼 저를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우리 한국은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멕시코팬들은 행복했다. 제가 당신들에게 뭔가 해줬으니 이제 당신들이 나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6일 북중미 월드컵 조추첨 결과 한국 주장 손흥민은 내년 6월12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리는 조별리그 A조에서 멕시코와 적으로 마주하게 됐다. 손흥민과 한국대표팀은 조별리그 3경기 모두를 멕시코에서만 치르게 됐다. 미국 CBS스포츠는 “한국은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을 2-0으로 꺾고, 한국과 멕시코는 영원한 우정을 구축했다”고 조명했다.

멕시코 소셜미디어에서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뜻하지 않게 ‘멕시코 16강 진출 도우미’ 역할을 한 손흥민의 골을 소환하는 게시글이 쉽게 발견됐다. 레코르드 등 멕시코 매체들은 한국 대표팀에 대해 “주요 길목에서 만난 악연 관계이면서도 월드컵 상대 전적에서 우리가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구동성으로 손흥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등을 한국 대표팀 경계 대상으로 꼽았다.
하비에르 아기레 멕시코 축구대표팀 감독이 북중미 월드컵 조추첨식에 참석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양발 사이에 공을 끼우고 폴짝 뛰는 이른바 ‘개구리 점프’로 한국 축구에 굴욕을 안겼던 멕시코 축구 스타 출신 콰우테모크 블랑코(52)는 폭스 스포츠 멕시코 채널에 출연해 “멕시코가 다음 라운드에 쉽게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조 편성”이라면서도 “한국팀 만이 유일하게 (32강 진출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블랑코는 “한국팀의 경우엔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90분 내내 쉬지 않고 뛰어다니기 때문에 멕시코가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특유의 속도 때문에 하비에르 아기레 멕시코 감독에게 더 까다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멕시코를 놀라게 할 수 있다고 보이지만, 우리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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