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7일 대만 유사시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을 계기로 불거진 중일 갈등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양국간 갈등은 수그러들 조짐이 없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중국의 주요 항공사들은 애초 올해 12월 31일까지였던 일본행 항공편 무료 취소·변경 조치 지원 기간을 내년 3월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6일 차이롄서·제일재경·21세기경제 등 중국 매체와 대만 중앙통신사(CNA) 등에 따르면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중국동방항공·중국남방항공 등 중국 주요 항공사들은 전날 공지를 내고 내년 3월28일 이전에 출발하는 일본 관련 항공편 무료 취소·변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11월 중순 내려진 중국의 일본 여행 자제령이 적어도 3개월이상 연장된 셈이다.
애초 갈등의 빌미가 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한달 전인 지난달 7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당시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 의원은 "(다카이치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중국이 대만을 해상 봉쇄할 경우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며 대만 유사시에 대한 과거 발언을 따져 물었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는 "해상 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오면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언가 무력을 행사하는 사태도 가정할 수 있다"며 "전함을 사용해 무력행사를 수반한다면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립위기 사태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한다. 일본 현직 총리가 대만 유사시를 존립위기 사태라고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은 쉐젠(薛劍)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 글을 시작으로 본격화했다.
쉐 총영사는 같은달 9일 올린 글에서 "'대만 유사는 일본 유사'는 일본의 일부 머리 나쁜 정치인이 선택하려는 죽음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또 "들이민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위협성 글도 올렸다가 지웠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튿날 브리핑에서 "외교관의 개인적인 글이 겨냥한 것은 대만을 중국 영토에서 분열시키려는 망상과 대만해협 무력 개입을 고취하는 잘못되고 위험한 발언"이라며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정치적 약속에 심각하게 위배되는 것으로, 그 성질과 영향이 극도로 나쁘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같은 달 14일 밤 자국민에 일본 방문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고 이어 유학 자제령,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통보, 일본 영화나 공연에 대한 한일령(限日令) 등 경제적인 압력 조치를 차례로 취했다.
중국의 요구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철회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는 이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일본내 우익 세력의 지지를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그로서는 발언 철회가 정치적으로 선택하기 쉽지 않은 요구이기도 하다.
다만 그는 "(질문자가) 사례를 들었기 때문에 그 범위에서 성실하게 답변한 것"이라며 중국을 도발할 의사가 없었음을 내비치거나 "정부의 기존 견해를 변경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대만 유사는 일본 유사'라는 식의 발언은 피하고 있다.
이달 3일 참의원 본회의에서는 대만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이 1972년 일중 공동 성명 내용 그대로인지를 질문받고 "정부의 기본 입장은 1972년 일중 공동성명 그대로이고 이 입장에 일절 변경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이 중국과 국교 수립을 위해 1972년 조인한 이 공동 성명은 중국을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했다.
공동 성명에는 "중국은 대만이 중국 영토의 일부임을 강조한다"고 명시돼있으며 일본 정부는 "이 입장을 완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하지만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철회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접점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내년 1월 베이징을 방문하려던 쓰쓰이 요시노부 게이단렌 회장 등 재계의 양국 교류 실현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이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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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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