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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도 축구 ‘풋볼’로 부르자…미식축구, 다른 이름 찾아야”

중앙일보

2025.12.06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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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워싱턴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2026년 축구 월드컵 조추첨 행사에서 자국 추첨 카드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통용되는 축구 명칭 ‘사커(soccer)’ 대신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용어 ‘풋볼(football)’을 사용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오래된 명칭 논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AFP통신과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풋볼’이라는 다른 종목과 조금 충돌이 있어 잘 부르지 않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 종목(축구)을 ‘풋볼’로 부르고, 미국프로풋볼(NFL)은 다른 이름을 찾아야 한다”며 미국에서 ‘풋볼’로 불리는 미식축구가 실제로는 ‘풋볼’이라는 명칭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현장 청중은 박수로 호응했고, 자리한 잔니 인판티노 회장도 분위기를 맞장구치며 장내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전 세계 대다수 국가가 축구를 ‘풋볼’로 부르는 것과 달리,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만이 ‘사커’라는 명칭을 사용해 왔다.

‘사커’와 ‘풋볼’ 간 명칭 논쟁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많은 이들은 미국이 축구 명칭을 독자적으로 사용한 탓에 혼란이 생겼다고 주장하지만 학계에서는 다른 분석도 나온다.

미국 미시간대 스포츠경영학 교수인 스테판 시만스키는 2014년 저서 ‘풋볼은 사커가 아니다’에서 명칭의 기원을 영국에서 찾고 있다.

시만스키에 따르면 1800년대 초 영국에서는 축구 ‘풋볼’과 미식축구의 전신인 ‘럭비’가 사실상 같은 계통의 경기로 인식됐다. 1863년 ‘풋볼협회’, 1871년 ‘럭비협회’가 각각 출범하면서 두 종목이 공식적으로 분리됐고, 이때 명칭 혼란이 시작됐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 영국 학생들이 ‘러거’(rugger), ‘사커’(soccer) 같은 별칭을 쓰기 시작했으며, 이후 이 단어가 1·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 주둔한 미군을 통해 미국에 널리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에서는 럭비에서 파생된 미식축구가 독자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으며 ‘풋볼’ 명칭을 선점했다. 첫 공식 미식축구 경기는 1892년에 열렸다. 시만스키 교수는 “축구(사커)가 미국 사회에 깊이 스며든 뒤, 영국에서는 ‘풋볼’의 무해한 대체 표현이던 ‘사커’ 단어 사용에 거부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월 5일(현지시간) 워싱턴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2026년 축구 월드컵 조추첨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영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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