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세계 배드민턴을 완전히 지배한 안세영(23·삼성생명). 그러나 정작 ‘올해의 선수’ 트로피는 확실하지 않다.
안세영의 2025시즌은 압도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그녀는 출전한 14개 월드투어 중 무려 11번 결승에 올랐고, 그 가운데 10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단순한 ‘활약’이 아니라 스포츠 역사에 기록될 절대 지배였다. 더 경이로운 것은 이 우승들이 꾸꾸준했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슈퍼 300 오를레앙 마스터스에서 시작해 슈퍼 500 호주오픈, 슈퍼 750 인도·일본·중국·덴마크·프랑스오픈, 그리고 최고 등급의 레벨 1000 말레이시아·전영·인도네시아오픈까지 월드투어 전 구간을 초토화하며 전체를 휩쓸었다.
이런 퍼펙트에 가까운 시즌에도 ‘올해의 선수상’이 단순하지 않게 된 이유는 세계선수권대회 한 경기 때문이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올해의 선수상 후보를 발표하며 안세영, 야마구치 아카네(일본), 왕즈이·천위페이(중국) 등을 이름에 올렸지만 사실상 구도는 안세영 vs 야마구치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가장 무서운 변수는 야마구치가 보유한 세계선수권 우승 트로피다.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안세영을 꺾고 올라온 천위페이를 결승에서 제압하며 통산 세 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상징성과 무게감 측면에서 세계선수권 금메달은 언제나 강력한 평가 요소이며, BWF가 이 부분을 어느 정도 비중 있게 다루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야마구치는 이번 시즌 단 한 차례 안세영을 잡았는데, 그 한 번이 화제가 됐다. 지난 10월 코리아오픈 결승에서 모두가 안세영의 우승을 예상했지만 야마구치는 경기 운영에서 이변을 만들어내며 정상에 올랐다.
‘압도적 시즌 속 유일한 패배’라는 드라마적 요소가 평가에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기에 지난해 파이널 4강에서 왕즈이에 패한 기록 역시 BWF의 ‘최근 12개월 기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지지받고 있다.
그러나 반박도 명확하다. 세계선수권·올림픽 없이도 시즌 전체 지배력만으로 수상한 사례는 존재한다. BWF가 반드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게다가 안세영은 2023 세계선수권,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차지한 선수다. 만약 올해까지 수상하게 된다면 전무후무한 ‘3년 연속 올해의 선수’라는 기록이 탄생한다. 이는 개인의 영예를 넘어 세계 배드민턴 역사에 남을 상징적 사건이다.
다시 정리하면, 야마구치는 ‘하나의 큰 금메달’로, 안세영은 ‘전체 시즌의 지배력’으로 경쟁한다. 숫자는 안세영이 압도하지만, 무게감은 야마구치가 따라붙는 그림이다. 결과적으로 BWF가 어떤 철학을 선택하느냐가 승부를 가르는 포인트다.
지난 1년 동안 안세영은 배드민턴이라는 종목에 두 개의 메시지를 새겼다. ‘가장 강한 자는 누구인가’, 그리고 ‘지배란 무엇인가’. 올해의 선수상은 단순한 트로피를 넘어, 그녀가 만든 새 역사에 대한 공식적 인정이다. 가장 강한 선수가 상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스포츠는 언제나 변수와 평가가 존재한다.
운명의 발표는 오는 1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BWF 갈라 무대에서 이뤄진다. 안세영이 ‘올해의 선수’라는 이름 아래 세 번째 별을 달게 될지, 아니면 세계선수권 왕좌를 잡은 야마구치가 반전을 만들어낼지—세계 배드민턴이 숨을 죽이고 그 순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