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대관식 때 썼던 값을 헤아리기 어려운 영국 왕실의 왕관이 담긴 진열장에 음식물을 뿌린 시위자 4명이 런던에서 체포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런던경찰청은 6일(현지시간) 런던탑에 전시된 왕실 장신구관에 난입해 돌발 행동을 한 시위자들을 붙잡아 재물 손괴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테이크 백 파워'(권력 회수)라는 시민단체 소속으로, 찰스 3세 국왕이 2023년 5월 대관식 때 썼던 왕실 왕관인 '제국관(Imperial State Crown)' 진열장에 애플 크럼블과 노란색 커스터드 크림을 뿌렸다.
당시 광경이 찍힌 영상에는 시위자들이 옷과 가방에서 주섬주섬 음식물을 꺼내 갑자기 진열장에 던지자 다른 관람객들이 놀라서 물러서는 장면이 담겼다. 애플 크럼블은 으깬 사과와 밀가루, 버터 등을 섞어 만든 영국의 대표적 디저트로 보통 커스터드 크림과 함께 먹는다.
이들 시위자는 직원이 무전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틈에 '민주주의가 부서졌다. 부자들에게 과세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보여주며 자기들 행위의 목적을 알렸다.
봉변당한 왕관은 찰스 3세의 할아버지인 조지 6세의 대관식용으로 제작된 것으로, 영국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초호화 장신구이다. 다이아몬드 2천868개, 사파이어 17개, 에메랄드 11개, 루비 4개, 진주 269개로 이뤄져 있다.
이번 일은 정치적인 명분에 주목을 끌기 위해 예술 작품과 진귀한 보물 등을 표적으로 삼는 시위의 일환이다.
영국에서는 반 고흐의 유화 '해바라기'가 2022년 런던 내셔널갤러리 전시 도중 환경 단체 활동가들이 끼얹은 토마토수프를 뒤집어쓰기도 했다.
당시 이 작품은 보호 유리 덕에 다행히 훼손은 면했다. 이 일을 저지른 환경 운동가들은 기소돼 지난해 투옥됐다.
한편 과거 영국 왕실의 왕궁이자 헨리 8세의 2번째 부인인 앤 불린, '유토피아'의 저자인 16세기 정치가 토머스 모어 등이 처형된 감옥으로 잘 알려진 런던탑의 왕실 장신구 전시실은 이번 시위 직후 폐쇄됐다고 AP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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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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