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압박 받는 베네수엘라서 마두로 정치일대기 영화 제작돼
"노동자 출신 대통령 역정 스토리"…집권 정당성 호소 선전물 관측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마약 밀매 차단을 위시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군사적 압박에 직면한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63) 대통령의 정치 일대기를 담은 영화가 등장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6일(현지시간) 전국 주요 극장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야레에서 미라플로레스까지'를 상영한다고 밝혔다고 국영방송 베네수엘라TV(VTV)와 친(親)정부 일간 엘우니베르살이 보도했다.
이 영상물은 노조위원장 출신 마두로 대통령의 정계 입문부터 대통령궁(미라플로레스) 입성까지의 역정을 담은 일종의 '전기 영화'라고 한다.
'미래를 위한 예술가들'이라는 단체에 소속된 제작자들은 마두로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스승인 베네수엘라 좌파 지도자 우고 차베스(1954∼2013) 전 대통령(1999∼2013년 재임)과 처음 대면한 이후 겪은 "중대한 순간들"을 스크린에 풀어냈다고 현지 언론에 설명했다.
영화 제목에 나오는 야레는 미란다주(州)에 있는 산프란시스코 데 야레 교도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두로 대통령은 노조 위원장 시절이던 1993년 12월에 산프란시스코 데 야레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차베스를 처음 만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영관급 장교였던 차베스는 1992년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투옥된 상태였다.
이 영화는 시리즈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지난달 23일 마두로 대통령의 생일에 맞춰 일부 에피소드가 초연됐다고 VTV는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 영화에 대해 "베네수엘라 지도자는 한 사람이 아니었고, 차베스도 아니었으며, 지금의 저도 아니다"라며 "이런 사실은, 이 시대와 앞으로도 대적할 상대 없는 우리 민족에게 허리케인 같은 위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고 한다.
마두로에 대한 전기영화 제작과 대중 상영에는 베네수엘라 현 정부에서 집권 정당성을 선전하며 국민 여론을 환기하려는 맥락이 담긴 것으로 읽힌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대선에서의 부정 개표 논란 속에 올해 1월 3선 임기를 개시했다.
이 과정에서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8)를 중심으로 한 '반(反) 마두로' 전선의 저항과 민심 동요에 부닥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민주화 운동을 이끄는 마차도는 오는 10일 노벨 평화상 수상을 앞두고 있다.
미국 언론 보도를 보면 마두로는 또 자신을 '마약 밀매 집단 우두머리'로 규정한 미국 정부의 직·간접적인 사임 압력에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군은 수십 년 새 최대 규모의 병력을 카리브해 일대에 증강 배치한 뒤 '마약 운반선'이라고 판단한 선박을 폭격해 80여 명을 숨지게 했다.
여기에는 생존자들에 대한 2차 공격으로 '전쟁범죄'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사례까지 포함돼 있다.
동시에 미국 정부는 최근 정상 간 통화에서 '즉각 사임하고 망명하라'는 취지의 통첩을 마두로 대통령 측에 전달했다고 미 일간 마이애미헤럴드가 보도하기도 했다.
미군의 베네수엘라 내 지상 작전 전개 가능성이 지속해서 제기되는 가운데 CNN방송은 양국 간 정치적 긴장 장기화로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불면증과 불안 증세 같은 정신건강 악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현지 주민과 전문가를 인용해 전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림
저작권자(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