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시철도’와 부산과 김해를 오가는 ‘부산김해경전철’ 적자 폭이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시비로 적자를 보전해오던 부산시와 김해시는 정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7일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도시철도 무임손실 국비 보전 법제화’를 촉구하는 안건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안건으로 회부됐다. 부산·서울·대구·인천·광주·대전 등 6개 교통공사에서 지난 10월 말부터 한 달간 국민청원을 받은 결과 ‘5만 동의’를 넘겨 국토위 안건으로 자동 회부됐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을 시비로 충당하기에는 재정 부담이 너무 커져 국민청원을 시작했다”며 “무임승차 제도를 도입한 정부도 부담을 함께 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비 보전 법제화’ 안건이 국토위 심사와 본회의 심의를 거쳐 채택되면 정부에서 재정 마련 등 후속 조처를 밟게 된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국토위에서 90일 이내 심사하고, 본회의에 회부되는 등 단계를 정상적으로 밟게 되면 2027년도 예산안에 국비 지원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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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10명 중 3.5명 무임승차…손실액 1800억원
도시철도 적자는 1984년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제를 시행하면서 쌓였다. 도입 당시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4.1%에 불과했으나 2025년 20.3%로 치솟았다. 특히 전국 특·광역시 중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부산의 무임승차 비율은 2025년 기준 35%에 이른다. 승객 10명 중 3.5명이 무임승차다. 서울의 무임승차 비율(17.2%)보다 두배 가량 높다.
그 결과 부산도시철도 무임수송 손실은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 1045억원에서 2024년 1738억원으로 5년 새 66% 증가했다. 2025년에는 18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부산을 비롯해 6개 도시철도 무임손실은 올해 7430억원에서 2030년 8263억원, 2040년 9838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계한다.
이병진 부산교통공사 사장은 “부산은 40년 이상 도시철도를 운영해 노후시설 개량과 노후 전동차 교체 등 막대한 안전 투자비가 필요하다”며 “인건비와 전기요금이 지속해서 상승하는 상황에서 무임손실 부담을 시비로 감당하기에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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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김해경전철 수요 과다 예측…2011년 이후 누적적자 1조 육박
부산과 김해를 오가는 ‘부산김해경전철’도 적자 운영 중이다. 지난해 김해시와 부산시가 시비로 보전한 액수는 각각 529억원, 312억원이다. 2011년 개통 이후부터 누적된 금액은 김해 5191억원, 부산 3028억원에 이른다. 2011년 개통 당시 MRG(최소운영수입보장) 방식에 따라 적자 발생 시 김해시가 63.19%, 부산시가 36.81% 보전하기로 협약한 결과다.
김해시는 지난 1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등 국토부 관계자들과 만나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부산시 역시 지난 11월 중순 국토부 산하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를 찾아가 국비 지원을 호소했다.
김해시는 정부가 이용객 수요를 과다 예측한 결과인 만큼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업 추진 당시 건설교통부는 2024년 하루 평균 이용객이 30만6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으나 지난해 실제 이용객은 추정치의 15% 수준인 4만5000명에 그쳤다. 김해시 관계자는 “사업 추진 당시 정부가 추정 수요를 과다 예측한 탓에 각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돈이 늘어났다”며 “경전철 사업 실시협약체결자에 정부도 포함돼 있으니 국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통 복지와 직결된 문제로 정부가 인식하고 국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주거 복지에는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면서도 무임손실은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며 “무임수송은 교통 복지와 직결되는 만큼 정부가 국비를 지원하고, 교통 요금 현실화를 위해 최저임금위원회와 같은 요금 심의기관을 만들어 투명하게 교통비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