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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대회 휩쓴 '아빠의 사랑'…20살 작가 사연 알고보면 더 '뭉클'

중앙일보

2025.12.06 12:00 2025.12.0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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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학교 2학년 강다연(20) 학생이 그린 '아빠의 사랑'. 선인장 집에서 부엉이 아버지가 가족을 따뜻하게 감싸는 모습으로,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과 희생을 표현했다. [사진 대구대학교]
“부엉이는 표정이 다양해서 어떨 때 보면 아빠 같고, 어떨 땐 저 같기도 해요.”

부엉이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대구대 특수창의융합학과 2학년 강다연(20)씨의 말이다. 강씨는 생후 4개월 희귀난치성 질환인 결절성 경화증을 진단받았다. 이후 발달 장애로 이어졌다고 한다. 올해 장애 예술인을 위한 미술대회에서 네 차례 상을 탄 강씨는 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3학년 때 우연히 멸종위기종인 부엉이 사진을 보고 손 놓았던 그림을 다시 시작했다”며 “부엉이는 저에게 가족을 상징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강씨는 지난달 19일 JW중외제약 공익재단인 JW이종호재단이 개최한 ‘2025 JW아트어워즈’에서 대상을 받았다. 수상작 ‘아빠의 사랑’은 선인장 집을 배경으로 부엉이 아버지가 가족을 따뜻하게 감싸는 모습을 표현했다.

특히 일반적인 기법에 얽매이지 않고 나이프를 사용해 두꺼운 질감의 아크릴 물감을 얹어 외부로부터 가족을 지켜주는 선인장 가시를 독특하게 표현해 심사위원단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강씨는 “그림에서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과 희생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대구대학교 2학년 강다연(20·오른쪽) 학생이 어머니와 함께 '용기와 고민' 그림 앞에 서 있다. 강씨는 대학 진학을 위해 울산 집을 떠나 대구로 향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자신의 모습과 여러 고민을 선인장 속 부엉이로 표현했다. [사진 대구대학교]
강씨 지난 1일 열린 ‘제2회 OLMO발달장애 회화 공모전’에서도 대상을 받았다. 수상작 ‘용기와 고민’에서는 대학 입학을 위해 자립하는 자신의 모습을 부엉이로 표현했다고 한다. 강씨의 집은 울산이지만 장애 학생 지원 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구대에 진학하기 위해 버스 타기 연습 등 자립 훈련을 거쳤다. 대학 축제 등 젊은 시절에 누릴 수 있는 대학 캠퍼스 생활을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강씨 부모님 응원도 컸다.

강씨가 입학한 특수창의융합학과는 발달 장애인을 위한 4년제 학위과정으로 미래산업에 특화된 맞춤식 진로를 모색하고 독립된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대는 장애 학생에게 기숙사를 우선 배정하고 있어 현재 강씨는 대구대 기숙사에 거주한다. 주 중에는 학교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교류하며 주말에는 집에 다녀오는 일정이다.

이밖에 강씨는 스타벅스코리아 주최 ‘제5회 청년 장애인 작가 그림 공모전’에서 은상을, 가평우리마을 주최 ‘장애 청소년 미술작품 공모전’에서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도 국민일보 아르브뤼미술상 최우수상 등 4개 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매년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강씨는 어릴 때부터 손으로 하는 작업을 좋아해 케이크 디자인, 바리스타, 네일아트 등을 배웠다고 한다. 그중 미술에 가장 큰 흥미를 느껴 중학교 1학년 때 시작했지만, 몸이 좋지 않아 중단했다. 강씨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잡념이 사라지면서 완전히 집중할 수 있다”며 “대학에 진학한 지 2년 만에 8개 대회에서 입상하면서 자존감과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씨는 “저의 꿈을 위해 더욱 나아가라는 응원으로 여겨져서 매우 기쁘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내년 3월에 파리에서 열리는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단체 전시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강씨는 “내년에 울산에서 개인전을 열기 위해 그림에 매진하고 있다”며 “미술 작가로 성장해 할머니가 될 때까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백경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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