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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日전투기 두 차례 레이더 조사"…日 "위험한 행위" 강력 항의

중앙일보

2025.12.06 21:43 2025.12.07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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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유사시 군사개입 시사 발언 한 달 만에 중·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레이더 조사(照射)를 이유로 일본이 중국에 항의하고, 중국이 반박하는 등 양국 긴장감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은 7일 새벽 긴급 회견을 열고 중국군 전투기가 지난 6일 오후 오키나와 본섬 남동쪽 공해 상공에서 항공자위대 전투기에 두 차례에 걸쳐 레이더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극히 유감”이라며 중국 측에 강력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7일 일본을 방문한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장관 겸 부총리가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방위성에 따르면 중국군 J-15 함재기는 랴오닝함에서 발착해 오후 4시 32분부터 35분까지 3분간 영공 침범을 경계하기 위해 긴급 발진한 일본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에 간헐적으로 레이더를 조사했다. 두 번째 조사는 같은 날 오후 6시 37분부터 7시 8분경까지 약 31분간 다른 항공자위대 전투기를 대상으로 간헐적으로 이뤄졌다. 단, 중국군 전투기의 영공 침범은 없었다.

이날 랴오닝함은 오키나와섬과 미야코지마 사이를 지나 태평양에서 함재 전투기, 헬리콥터 발착 훈련을 하는 중이었다.

레이더 조사는 공격 목표를 정하는 화기 관제용 외에 주변 수색을 위해서도 실시되는데, 중국 측의 의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은 한일 관계가 악화하던 2018년 한국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초계기에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했다고 주장했고, 이후 양국 방위협력이 장기간 중단된 바 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항공기의 안전한 비행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위험한 행위로 이 같은 사안이 발생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시카와현을 방문한 다카이치 총리도 “매우 유감”이라며 “냉정하고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그러면서 “중국군의 우리 나라 주변 해역, 공역(空域)에 있어서의 동향을 주시함과 동시에 경계 감시 활동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왕세멍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대변인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상적 훈련이었다”고 반박했다. 왕 대변인은 “일본의 관련 선전(발표)은 완전히 사실에 부합하지 않고, 우리는 일본이 즉시 중상·비방을 중단하고 일선의 행동을 엄격히 통제하길 엄정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일본 자위대 전투기가 여러 차례 중국 해군의 정상적 훈련에 영향을 미치고 안전에 심각하게 위협을 미쳤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NHK는 중국의 레이더 조사가 이번은 처음이 아니라고 전했다. 2013년 1월 동중국해 공해 상에서 해상자위대 호위함이 중국 해군 함정으로부터 사격 관제 레이더를 조사받은 바 있다는 것이다. 앞서 1월 초에도 중국 해군 함정이 해상자위대 헬기에 사격 관제 레이더를 조사한 의심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날 도쿄 방위성에서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장관 겸 부총리와 회담을 갖고 중국의 레이더 조사 문제를 언급했는데 리처드 국방장관은 “매우 우려할 만한 사태”라며 “일본과 힘을 모아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한편 일각에선 다카이치 총리 발언을 계기로 중국이 희토류 수출에 제재를 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일본 기업에 대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허가가 평소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자동차(EV)나 산업용 로봇 모터, 풍력 발전 등에 필수인 희토류를 중국이 전 세계 생산의 70%를 쥐고 있는 가운데 중일 갈등을 빌미로 중국이 수출 절차를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희토류를 포함한) 중요 광물 수출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면서 “중국 측 위압이나 괴롭힘에 따른 지연 여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희토류를 사용해 일본을 흔들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국 측이 다카이치 총리 발언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에 이어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를 내세워 일본을 압박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계기로 발생한 일본과의 갈등 당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



김현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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