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오후 5시30분(현지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광장. 아내와 신혼여행을 즐기던 윤제헌 경감(35·해양경찰 간부후보 67기)은 광장 한쪽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을 보게 됐다. 지나가면서 보니 한 50대 남성이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깜짝 놀란 윤 경감은 남자에게 뛰어가 숨을 쉬는지 등을 확인했다. 의식도 없었고 심장도 뛰지 않았다. 그는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구급차를 부르라”고 소리친 뒤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2~3분 정도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자 구급차 소리가 들렸다. 남성이 구급차에 타는 것까지 확인한 윤 경감은 다른 여행객들과 자리를 피했다.
이 사실은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까지 전해졌다. 지난달 28일 대사관이 윤 경감 가족을 초청하면서 그의 선행이 알려졌다. 윤 경감은 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쓰러진 남성을 보는 순간 ‘빨리 상태를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에 달려갔는데 나중에 가이드에게 들었는데 ‘외국에선 심폐소생술 등을 시도하다 잘못되면 경찰 조사 등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윤 경감은 2019년 해경이 됐다. 목포해양경찰서, 해양경찰청 대변인실, 부안해양경찰서 등에 근무하다 올해 2월 국무조정실 안전환경정책관실 재난대응팀에 파견됐다. 간부후보로 임관되기 전에 인명구조 자격증을 취득했고, 지난해엔 보수 교육까지 받아 심폐소생술을 능숙하게 할 수 있었고 한다. 윤 경감은 “해당 남성이 현지 구조대에 인계될 당시 주변에서 ‘소생했다’고 알려줘 안도했다”며 “이후 잊고 있었는데 지난달 24일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초청장을 보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에밀리 가토 이탈리아 대사의 감사 인사에도 “공직자가 해야 할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답하며 “해당 남성의 건강 상태가 괜찮은지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윤 경감은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 초청장을 받은 이후에도 주변에 알리지 않았는데 대사관 측에서 ‘소속 기관에 보고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해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고 쑥스러워했다. 그러면서 “특별한 판단이나 용기라기보다는, 그동안 업무와 교육을 통해 익히 알고 있던 절차를 자연스럽게 수행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어떤 상황이든 초동 대응의 중요성과 심폐소생술 교육이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이런 내용이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