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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점제로 바뀌는 배드민턴, 한국에 타격?

중앙일보

2025.12.07 07:01 2025.12.07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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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이 게임당 21점제에서 15점제로 바뀐다. 취지는 선수 보호다. 지난 5월 싱가포르 오픈 8강전 도중 쓰러진 안세영. [신화=연합뉴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경기 방식을 21점 3게임제에서 15점 3게임제로 바꾼다. 작은 변화가 아니다. 점수가 30% 가까이 줄어든다. 야구로 치면 7회까지만 경기를 하는 것이다. 축구로 치면 전후반을 30분씩만 뛰는 것이다. 이 변화가 누구에게 유리한가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BWF는 지난 2일 국제대회 규정을 게임당 15점제로 변경하기로 의결했다. 2006년 이후 19년간 유지해온 21점제를 손보는 것이다. 내년 4월 총회 승인을 거쳐 내년 하반기, 9월 개막하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규정 변경의 명분은 선수 보호다. 배드민턴은 국제대회가 유난히 많다. 매달 2~3개 국제대회가 쉼 없이 이어지면서 선수들이 힘들어한다.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23)은 지난해 파리올림픽 때 다친 무릎이 주기적으로 재발했다. 랭킹 유지를 위해 부상 후 충분한 회복 시간을 갖지 못한 탓이다. 21점제에서 15점제로 바뀌면 안세영을 비롯한 선수들에게 여유가 생긴다.

문제는 이 15점제가 한국 선수들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안세영은 경기 초반 수비적으로 버티다가 상대 체력이 떨어지는 중후반 본격 공세를 펼쳐 역전하는 스타일이다.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 서승재(26)-김원호(25) 조도 대표적인 슬로 스타터다.

경기가 짧아지면 초반 집중력과 공격력이 승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된다. 체력 싸움으로 끌고 가 역전하는 전략이 통하기 어려워진다. 야구에서는 8회 이후 수많은 드라마가 생긴다. 배드민턴도 15점제로 바뀌면 역전 드라마는 확 줄어들 것이다. 배드민턴계 일각에서 “여자단식 절대강자 안세영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하태권 배드민턴협회 미래대표 전임감독은 “새 제도에서는 더 빠르고 공격적인 경기 운영이 필수적”이라며 “체력 차이에 따른 우열은 상쇄되고, 상대적으로 기술과 전략의 완성도가 더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한국에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새 제도가 안세영에게 불리하다는 분석이 많지만, 시즌 전체로 보면 경기 시간 단축으로 체력을 아껴 최상의 컨디션으로 나서는 대회가 늘어날 것”이라며 “오히려 안세영의 메이저대회 석권이나 시즌 전관왕 같은 대기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새 제도가 안세영 보호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송지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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