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의 편향적인 정치 성향을 띠는 소셜미디어의 병폐가 심각하다. 세상을 네 편 아니면 내 편의 적대적 이분법으로 나눠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하는 공동체를 전쟁터로 만들고 있다. 극성 소셜미디어에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 대표자, 정치인, 정부 고위 관료의 상시 출연은 이 바보 같은 싸움이 소모전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 소셜미디어가 “주변 사람들을 향한 우리의 관심을 빼앗고 우리 내면에 자리한 최악의 것들을 부채질함으로써 분노와 종족주의로 우리를 몰아넣는”(『고립의 시대』, 노리나 허츠) 행동대장이 되고 있다.
정치판 주무르는 소셜미디어
법치 무너뜨려 민주주의 파괴
이념에 물든 메시지 경계해야
편향 소셜미디어의 기승은 저널리즘 역사에 등장했던 ‘괴물 미디어’를 떠올리게 한다. 두 괴물(당파적 정론지 신문과 황색 저널리즘)은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한다는 저널리즘의 본질을 훼손한 어두운 존재였다.
정론지(政論紙·partisan press)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국이 강력한 중앙 정부 수립을 놓고 격론을 벌이던 1783년부터 1860년에 횡행했다(『미국신문발달사』, 차배근). 독립한 13개 주를 일괄적으로 통제하자는 연방파와 반대하는 공화파의 싸움에 신문이 가세하여 이전투구를 벌인 것이다. 독립투쟁 시기에 프로파간다로서 신문의 힘을 체험한 정치인들이 선전매체, 대중조작, 여론 형성의 도구로 신문을 이용하려는 속셈도 가세했다. 정론지는 사회통합 대신 갈등을 유발하고 촉진하는 미디어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낳았다.
황색(yellow) 저널리즘은 1892~ 1913년에 걸쳐 대중성을 빙자하여 부도덕, 범죄, 마약, 미스터리 사건, 청소년 자살, 범죄, 낙오자, 실패자, 희생자의 뉴스 가치를 과장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던 선정적 보도를 일컫는다. 감정적 제목, 사진의 남용, 컬러 만화, 조작 인터뷰와 기사, 거짓 정보와 지식을 발전된 제작 기술로 돋보이게 했다. 황색 저널리즘은 인쇄 기술의 혁신, 교통과 통신시설 증가, 산업화에 따른 소득 증대, 문맹률 감소, 도시화와 같은 시대변화와 정치 목적 위주, 소수 엘리트 집단 위주의 신문에서 익명적·이질적 다수의 대중에 대한 인식을 저널리즘에 구현하려는 시도도 했지만 상업성·선정성·폭력성 짙은 내용으로 부수 경쟁과 언론사의 이익 추구에 우선한 특징을 지닌다.
근래 대한민국의 편향 소셜미디어에서 재현되고 있는 두 괴물 미디어의 모습은 올바른 저널리즘에 대한 반동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론지와 황색 저널리즘의 행태를 넘어 권력과 상호 후원의 관계를 형성하고, 권력이 되고, 권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편향 정치 미디어가 미는 후보자가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대통령이 심중에 둔 후보를 물리치고, 국민의 힘 대표 선거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낮았던 후보를 당 대표로 만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특히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의 주장이 여당의 입장이 되고, 김씨의 미디어에 출연하여 보조를 맞추는 것이 공천과 국회의원 당선을 위한 첩경이라는 비판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18일 국회 운영위에서 고성을 지르고 화를 내는 자세를 취해 민주당 위원장으로부터 여기가 “화내는 곳인가”라는 호통을 들을 만큼 물의를 빚은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바로 다음 날 김씨 방송에 출연하고, “다음엔 더 세게 나가라”는 충고를 들었다. ‘용산 대통령’ ‘여의도 대통령’과 함께 ‘충정로 대통령’이 있다는 허망한 말이 도는 까닭일 것이다. 민주주의 체제의 미디어 현상으로서는 희귀한 사례이다.
현재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의 수감시설에서 반인도범죄 재판을 대기 중인 전 필리핀 괴물 대통령(두테르테) 정권을 비판하여 목숨을 위협받아온 언론인 마리아 레사(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소셜미디어의 역기능 체험을 밝힌다. “우리가 공유하는 현실을 파괴하고”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온라인에서의 면책이 오프라인에서의 면책으로 이어져 견제와 균형이 파괴되고” “거짓말 바이러스에 감염시키고” “서로 싸우게 만들어” 민주주의를 죽인다.(『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정론지 시대를 마감하는 기폭제가 된 1860년 3월 22일 뉴욕타임스의 ‘모든 정파의 독자들이 진실과 정의를 위한 입장에서 서로 논의할 수 있도록 사실을 보도하고, 특정 정당의 이해를 대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반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디지털 미디어 기술은 어떤 제국보다도 크고 강하고 흥미로운 소셜미디어 제국을 가능하게 한다. 공동체를 불행하게 하는 정파성·선정성·상업성·폭력성으로 물든 메시지를 전하는 괴물 소셜 미디어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