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5일(현지시간)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국가안보전략서(NSS)에는 1기 때의 ‘미국 우선주의’를 넘어 고립주의 성향을 강화한 내용이 담겼다.
33쪽 분량의 이번 NSS는 “(19세기 미국의 고립주의 외교 선언인) 먼로 독트린에 대한 트럼프의 귀결”에 따른 비개입주의 원칙 등을 나열했다. 중동·유럽 같은 전통적인 분쟁에선 발을 빼는 대신 미 본토 인접국의 불법 이민·마약 카르텔 대응에 안보 자원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NSS는 “전 세계 군사 주둔을 재조정할 것”과 “상대적 중요성이 감소한 전구에서 (미군을) 철수하는 것”을 명시했다. 이와 함께 아시아 전략에서 한·미 동맹과 함께 “적대 국가를 억제하고 제1 도련선을 방어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능력을 포함한 역량 강화”를 거론했다. 이는 미국이 주한미군 숫자는 조정하되 대중 견제 역할을 겸하는 첨단 자산의 배치는 늘리는 쪽으로 임무를 변경할 것이란 국내외 관측과 맞물린다. 미 국방부가 곧 발간할 국방전략서(NDS) 등에는 전 세계 주둔 미군 재조정과 관련한 밑그림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또 “미국이 아틀라스(그리스 신화의 거인)처럼 세계 질서 전체를 짊어지던 시대는 끝났다”며 동맹국들에 지역 안보 분담을 요구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제1 도련선 안에 포함된 한국에는 대북 억제력 증강은 물론 대중 견제 역할까지 요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NSS 전반에서 미국의 역할 축소와 동맹 부담 증대라는 방향성이 읽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