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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박한 김건희" 대놓고 독설…'尹 단절' 최선봉에 선 배현진, 왜 [who&why]

중앙일보

2025.12.07 12:00 2025.12.0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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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계엄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난제들이다. 최근 국민의힘에서는 이 두 가지 난제 풀이에 가장 앞장서는 의원 중 하나로 배현진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배 의원은 지난달 29일 김건희 여사를 겨냥해 “천박한 김건희”라며 “한 남편(윤 전 대통령)의 처참한 계엄 역사와 결별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계엄 1주년인 3일에는 “국민께 충격과 상처를 안겼던 모든 날, 모든 순간을 사과드린다. 국민을 안심시켜야 하는 집권 여당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그간 국민의힘에서 계엄 사과의 필요성을 말하는 이는 꽤 있었지만,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강하게 주장하는 이는 드물었다. 여전히 보수 진영에는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재기를 주장하는 ‘윤 어게인’(Yoon again)을 외치는 이들이 적잖은 탓이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9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남욱 변호사가 추징보전 해제를 요구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건물 앞에서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 규탄 및 범죄수익금의 국고 환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배 의원이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을 콕 집어 독설에 가까운 비판을 하자 당 기류는 묘하게 달라졌다. 한 초선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 절연 필요성을 느끼지만 대놓고 말하지 못했던 의원들이 배 의원 발언에 자극받았다”고 했고, 부산 지역 의원은 “강렬한 표현 덕에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문제가 의원들의 대화 테이블에 공공연하게 오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2018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영입 인재 1호로 정계에 입문했던 배 의원은 윤 전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맡아 친윤으로 분류됐다. 2022년 최고위원 사퇴를 통해 ‘이준석 대표 체제’ 붕괴의 도화선을 만들었다. 2023년 나경원 의원에 대한 전당대회 불출마 요구 연판장에 서명하는 등 친윤 색채가 강했다. 그런 배 의원이 윤 전 대통령 절연의 선봉에 선 이유는 뭘까.

배현진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이 지난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10·15 주거 재앙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배현진 의원실
배 의원은 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보수 외곽에서 겉돌던 아스팔트 우파가 당 주도권을 장악하는 걸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어게인 세력이나 전광훈 목사 같은 세력이 더는 보수의 대표 이미지가 돼선 안 된다. 윤석열 시대와 정치적 단절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계엄 사과를 거부한 장동혁 대표 등 지도부에 대해서도 “매우 아쉽다”고 쓴소리를 했다. 배 의원은 “당 지도부가 강성 당원의 분풀이를 도우며 당내 갈등을 촉발해서는 안 되는데, 결과적으로 그런 조짐이 보여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수가 일 잘하는 보수, 반성하고 책임지는 보수로 거듭나야 국민에게 다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지금처럼 맹목적인 방향의 투쟁을 지속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앞줄 왼쪽에서부터 다섯번째)이 지난 10월 31일 서울 강남구 세텍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당협위원장 및 선출직 공직자 워크숍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배 의원 왼쪽은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 배현진 의원실
지난 9월 서울시당위원장으로 당선된 배 의원은 요즘 서울 민심에 대해 “냉담하다”고 말했다. 그는 “6개월 전보다도 당원 모집하기가 훨씬 힘들다. 현장에 가면 ‘국민의힘이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고 했다. 배 의원은 최근 당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이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율을 50%에서 70%로 상향을 검토하는 걸 두곤 “일반 국민에게 ‘너희끼리만 하나’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배 의원은 지난 3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도서관 앞 쪽문에서 연 ‘비상계엄 사과’ 기자회견 자리에도 함께 했다. 이 자리엔 한 전 대표의 지지자 수백 여명과 박정훈·안상훈·정성국·진종오 의원 등 친한계 의원들도 함께 자리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배 의원의 후원계좌를 본인의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한 전 대표와 배 의원이 함께 행동하는 장면이 잦아지고 있다”고 했다.



양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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