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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발길 뚝? 타격없다"…이런 교토가 진짜 무서워 하는 것

중앙일보

2025.12.07 12:00 2025.12.0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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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일본 개입’ 시사 발언이 나온 지 7일로 한 달이 지났다. 중국 정부는 이에 반발해 일본 여행 자제령 등 일본 국내 경제를 겨냥한 보복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중국 항공사들은 지난 5일, 당초 이달 말이던 일본 노선 무료 취소 기간을 내년 3월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2월 중국 춘절 연휴 기간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오른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그러나 지난 3일 방문한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지 교토(京都)에선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한 피해를 실감하기 어려웠다. 시민이나 상인들도 “영향을 거의 안 느낀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중국인 관광객은 감소 추세지만, 미국·한국 등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관광업계 ‘중국 의존 탈피’성공


3일 교토 시내 중심 상점가에서 만난 상인과 시민 10여 명에게 “중국의 보복 조치에 따른 영향이 있다고 느끼냐”고 묻자 모두 “별로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 70대 택시 기사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위주로 영업을 했던 음식점의 경우 주차장에 서 있는 버스의 수가 줄어들었지만, 개인 관광객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니시와키 다카토시(西脇隆俊) 교토부 지사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숙박 시설에서 중국인 단체 여행 취소 사례가 몇 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크게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느낌은 없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30일 중국 항공사들이 정부의 일본 여행 자제령에 따라 12월 운항 예정이던 일본행 노선 5548편 중 904편의 운항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 중 간사이국제공항 도착편이 626편으로 약 70%를 차지한다. 이 조치에 따라 향후 오사카, 교토 등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4일 홋카이도 신치토세공항 게시판에 상하이행 여객기 운항 취소를 알리는 내용이 떠 있다. 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일본어 홈페이지는 지난 4일 중국인 인기 해외 여행지 1위였던 일본이 상위 10위권에서 사라졌다고 전했다. 대신 태국이 1위를 차지했으며, 한국의 호텔 예약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240% 증가해 “한국 여행 인기가 최근 몇 년 간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교토시 관광협회는 지난달 28일 향후 객실 가동률 전망에 대해 “과거 한국과의 관계가 악화됐을 때 한국인 숙박 수요가 반감한 사례도 있다”면서 “이번에도 중국인 관광객 수가 반감할 경우 12월 객실 가동률은 당초 예상보다 5.8%포인트, 1월은 6.4%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바꿔 말하면 중국인 관광객이 절반으로 감소해도 전체적으로 큰 타격을 입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조치에도 관광 산업에 비상이 걸리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코로나19 이후 상대적으로 중국인 관광객 비율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일본 교토 니시키 시장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교토시가 발표한 ‘교토 관광 종합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외국인 숙박객 수는 총 380만 명이었다. 그 중 중국이 115만 명으로 30.2%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였다. 한편 지난해는 외국인 숙박객 수가 역대 최고인 총 821만 명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일본인(809만 명)을 넘어섰다. 이 중 중국인은 183만 명으로 전체의 22.3%로 코로나19 이전보다 비중이 크게 줄었다. 여전히 1위지만 2019년과 비교하면 관광객 수 증가는 1.6배에 그쳤다.

이에 비해 미국은 2019년의 2.6배인 125만 명, 대만은 2배인 85만 명, 한국은 무려 4배인 63만 명으로 급증했다.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방문한 관광객도 크게 늘었다.

일본 관광업계에선 코로나19 이전부터 정치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 중국인 관광객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코로나19 당시 SNS 등을 통해 다양한 국가에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을 펼쳤고, 이것이 가시적인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등에 비교하면 일본이 상대적으로 물가가 싸다는 점, 지속적인 엔저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5000엔 꼬치구이에 외국인 줄 서… “전통이 사라진다”


지난 3일 일본 교토 니시키 시장에서 소고기 꼬치구이를 구경하는 외국인 관광객. 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한편 다양한 국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의 수가 급증하면서 교토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음식점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교토다운 전통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문제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교토역에서 지하철로 5분 거리에 위치한 ‘니시키(錦) 시장 상점가’다. 교토 관광 종합 조사에 따르면 니시키 시장은 지난해 교토의 외국인 관광객 인기 방문지 7위(36.7%)를 기록했고 하루 평균 약 1만 5000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2019년 11위(18.5%)에서 크게 오른 순위다.

400년 전 어시장에서 시작된 길이 390미터, 폭 3.3미터의 아케이드에는 교토 요리를 대표하는 유바(湯葉), 쓰케모노(漬物) 등을 파는 약 130개 상점이 늘어서 있다. 교토 시민들이 식재료를 구입하던 곳으로 ‘교토의 부엌’이라 불린다.
지난 3일 일본 교토 니시키 시장에 있는 한 생선 가게. 생선 이름이 일본어·영어·중국어·한국어 4개 국어로 적혀 있다. 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이 거리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대를 이어 가게를 경영할 사람이 부족해지고 임대료도 급등하면서 오랜 역사가 있는 생선 가게들이 줄어든 반면, 5000엔(약 4만7000원) 짜리 소고기 꼬치구이 가게 등 이전에 없던 비싼 음식점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이런 가게들은 메뉴를 일본어·영어·중국어·한국어 4개 국어로 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3일 찾은 이곳은 노포 상당수가 문을 닫는 수요일이었음에도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고 걷기 힘들 정도로 혼잡했다. 와규(和牛), 튀김 꼬치구이 음식점 앞에는 미국·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이 줄을 서 있었다. “먹으면서 걷는 행위는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일본어, 영어, 중국어로 10여 분에 한 번씩 흘러나왔지만, 정기 휴일로 셔터가 내려진 가게 앞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이대로 가면 교토의 전통 문화가 사라질 수 있다”며 강한 위기감이 확산된 가운데, 지난해에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산 로렌초 중앙시장’으로부터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함께 활동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현재 북유럽 등 10개국 13개 시장과 함께 등재를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니시키 시장 상점가 진흥 조합 시미즈 아키라(清水彰) 사무장은 “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이 옛 시장 문화를 되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누키 도모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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