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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도 "법안 대폭 수정" 말리는데…與 '사법개혁' 폭주

중앙일보

2025.12.07 12:00 2025.12.07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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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 각종 ‘사법 개혁’ 법안에 대해 범여권 내부에서도 위헌 우려가 확산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7일 연내 입법 의지를 재확인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10일부터 소집되는 (국회) 임시회에서 사법 개혁안 등 핵심적 개혁 과제를 또박또박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내란 세력의 근본적이고 신속한 청산을 요구하는 국민 요구를 받들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차질 없이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내란재판부 설치법 ▶법 왜곡죄법(형법 개정안)을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고, ▶법원행정처 폐지 및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사법행정위원회 신설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같은 날 발의했다. 하나하나가 모두 논란이 많은 법안이지만 12월 임시국회에서 모두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속도를 낼수록 위헌 소지를 지적하는 목소리 또한 점점 커지고 있다. 전담재판부 판사 추천위원회 구성에 검사를 지휘하는 법무부를 포함시키고, 이미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을 전담재판부로 이송하는 것을 가능케 한 내란재판부 설치법 조항에 대한 지적이 특히 거세다. 이런 지적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전국법원장회의 등 사법부 내부뿐 아니라 여권 내부에서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7일 “법안이 이대로 통과돼 사법부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이라도 하면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있느냐”며 “판사추천위에서 법무부를 빼는 등 법안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도 “(법안을) 다 바꿔야 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친명계인 이연희 의원은 페이스북에 “개혁은 언제나 옳다는 신념이나 상황에 대한 분노만으로 헌법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밀어붙일 수 없다”며 공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8일 의원 총회를 열어 내부 의견을 수렴한다.

앞서 “위헌 소지를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의견을 여당 지도부에 전달했던 대통령실도 7일 재차 ‘위헌 소지 최소화’를 강조했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6개월 기자 간담회에서 “위헌 소지가 최소화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추진한다는 정도의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우 수석이 ‘위헌 소지 최소화’를 언급하지 않았느냐”며 “그 말을 그대로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의 우당(友黨)’이라고 스스로 규정했던 조국혁신당도 민주당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법안에 위헌 소지가 있으면) 내란 세력이 빈틈을 파고들어 재판 정지라는 중대 상황을 만들 위험성이 있다”며 “졸속 입법은 추상 같은 심판을 통한 완전한 내란 청산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태롭게 만들 뿐”이라고 했다. 같은 당 조국 대표도 전날 위헌 심판을 하는 헌법재판소와 검사를 지휘하는 법무부가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며 “법안 조문 하나하나를 냉정하게 따지고 검토하여 모든 위험성을 제거해야 하는 것도 입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범여권 내부의 잇따른 제동에도 민주당은 입법 속도에 브레이크를 밟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조승래 총장은 “내란전담재판부가 필요하다 생각하는 분들 내에서도 위헌성 시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면서도 “(본회의) 처리 직전까지 걱정을 불식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필요하면 보완할 것”이라고만 했다.

더군다나 민주당은 위헌 우려를 또 다른 입법으로 덮으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이 지난 1일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법안은 내란·외환죄와 관련한 형사 재판의 경우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더라도 재판을 중단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란·외환죄는 정치 범죄고 극형이 선고될 수 있다”며 “이런 범죄를 다른 죄와 별개로 신속 진행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166석 거대 여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속수무책인 국민의힘이 마지막 저항 카드로 쓰려는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카드도 민주당은 무력화에 나섰다. 필리버스터 중 본회의장에 있는 의원 수가 재적 의원 5분의 1(300명 중 60명)에 미치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이 이를 중단시킬 수 있는 ‘필리버스터 무력화법’(국회법 개정안)을 쟁점 법안 처리에 앞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의 작태가 대한민국의 삼권분립과 헌정 질서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입법 폭주’ 수준에 이르렀다”며 “민주당은 더 늦기 전에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폭거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위헌을 최소화? 독은 한 방울이라도 독”이라고 썼다.



김나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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