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원에 달하는 서울 여의도 IFC 건물 매각을 둘러싼 미래에셋자산운용(이하 미래운용)과 글로벌 자산운용사 브룩필드자산운용 간의 법적 다툼이 3년 만에 미래운용의 완승으로 끝났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브룩필드는 지난 5일, 미래운용에 서울 IFC 매입 계약이 무산에 따른 이행 보증금 2000억원과 지연이자·중재 비용 등 총 2830억원을 현급으로 지급했다. 이는 지난 10월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가 브룩필드 측에 ‘이행 보증금을 미래운용에 반환하라’는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브룩필드는 SIAC 결정 이후 이에 대해 일종의 항소 절차인 ‘판정 취소(Set-aside)’ 신청을 준비하며 약 두 달간 이행 보증금 반환을 미뤄왔다. 하지만 국내외 법원이 잇따라 가압류를 인용하자 끝내 미래운용 측에 보증금 납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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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무산에서 소송까지…3년에 걸친 공방
양측 간의 다툼은 2021년 브룩필드가 IFC 건물을 매각하기 위해 미래운용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미래운용은 4조 1000억원의 인수가를 제시했지만, 인수 목적으로 만든 부동산투자회사(REITs)가 정부 인가를 받지 못하면서 인수가 무산됐다. 이후 브룩필드는 미래운용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미래운용은 이미 낸 200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브룩필드는 “미래운용이 계약 성사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반환을 거부했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미래운용은 2022년 SIAC에 국제분쟁 중재를 신청했고, 약 3년간의 심리 끝에 지난 10월 SIAC는 미래운용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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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필드의 ‘마지막 버티기’ 막은 가압류
하지만 SIAC 중재 판정 이후에도 브룩필드가 이행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자, 미래운용은 싱가포르 현지 법원과 서울남부지법에 IFC 건물을 보유한 특수목적법인(SPC)들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고, 두 법원 모두 이를 인용했다. 가압류는 법원이 자산을 일시적으로 동결하는 조치로, 결정이 내려지면 해당 자산을 매각하거나 지분을 처분하는 것은 물론, 그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회수하는 것도 제한된다.
업계에서는 가압류 조치가 브룩필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IFC 지분을 매각하거나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어려워진 데다, IFC를 담보로 조달한 약 2조6000억원 규모의 대출에도 EOD(기한이익상실) 가능성이 제기돼서다. 업계에선 지분 압류가 강제집행 절차로 이어질 경우 대주단이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사안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브룩필드로선 손이 묶인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미래운용과의 법적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브룩필드의 IFC 매각 논의에도 다시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브룩필드는 일본계 운용사인 ARA운용 등과 IFC 매각을 논의해 왔지만, 인수가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해 매각이 지연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