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2023년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고강도 개혁을 상징하는 '전기톱'을 들고 혜성처럼 등장해 '기득권·포퓰리즘'을 잘라내겠다고 선언하며 집권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오는 10일(현지시간) 집권 2주년을 맞이한다.
자칭 극단적 '자유경제 시장주의자'인 밀레이는 집권 이후 대규모 긴축, 규제 해체, 공공부문 축소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에 물가안정과 재정 흑자라는 정책 효과가 가시화됐지만, 성장·고용·외환 지표는 회복이 지연되면서 구조적 취약성이 남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밀레이 정부는 취임 직후 환율규제 완화, 보조금 감축, 공공지출 축소 등을 시행하며,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추진했다.
이 조치로 2023년 211%였던 연간 물가상승률은 2024년 117.8%로 내려갔고, 2025년 10월 전년 동기 대비 연간 물가상승률은 31%를 기록했다. 월간 물가상승률은 2023년 12월 25%에서 2025년 하반기 월 2%∼2.5%대로 안정됐다.
재정 측면에서도 지출삭감이 직접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2024년 1분기에는 16년 만에 재정 흑자를 기록했고, 정부는 이를 "개혁 지속의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내수 기반은 아직 취임 전 수치를 회복하지 못했다.
2024년 1분기에 제조업(-9%), 건설(-17%), 도소매·서비스(-7%) 등 주요 부문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동반 하락했다.
도소매·서비스는 올해 강한 반등을 보이면서 2023년 1분기 대비 6.5% 성장했으나, 제조업(-3.5%)과 건설업(-7.5%)은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실업률은 2025년 1분기 7.9%로 집권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고 실업자 수는 117만명을 상회했다. 2분기에 7.6%로 소폭 하락했으나, 비정규 고용이 확대되며 노동시장 안정성도 약화되고 있다.
빈곤율은 정부 발표 기준으로 2024년 1분기 52.9%에서 2025년 1분기 31.6%로 내려갔으나, 실질 소득 감소와 공공요금 인상으로 체감 개선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외환보유고는 밀레이 정부 경제정책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총보유고는 400억 달러(약 59조원)대에 이르지만, 순보유고는 마이너스 수준이라는 시장 분석이 반복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아르헨티나의 외환 능력은 여전히 취약하며, 추가적 축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정치·외교 분야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졌다. 밀레이는 대선 캠페인 당시부터 자유시장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며 친미·친이스라엘 외교를 천명했으며, 취임 후 미국 보수 진영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반좌파' 기조를 공유하는 '이념 연대' 성격의 긴밀한 공조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중동 정책에서는 친이스라엘 노선이 강화됐다. 밀레이 정부는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가자지구 분쟁에서는 조건 없는 이스라엘 지지를 표명했다.
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공조를 강화하는 효과를 내는 반면, 중남미 블록의 외교 균형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밀레이 집권 2년 차 성과를 두고 "물가·재정 안정은 분명한 성과지만, 성장·고용·외환 지표들은 회복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향후 과제로는 외환보유고의 안정적 확보, 내수 기반 회복, 사회적 비용 완화, 대외관계의 균형적 관리가 꼽힌다.
급진 정책을 상징했던 '전기톱 정치'가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3년 차 이후 국정운영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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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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