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이 소년범 전력이 알려지며 은퇴 선언을 하자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명예교수가 "생매장 당하지 않고 맞서 일어나 우뚝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7일 한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조진웅의 경우 청소년 시절에 잘못했고,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며 "청소년 범죄는 처벌하면서도, 교육과 개선 가능성을 높여서 범죄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한다. 이게 소년사법 특징이다. 소년원이라 하지 않고, 학교란 이름을 쓰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 소년(조진웅)이 어두운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수십 년간 노력하여 사회적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이른 것은 상찬받을 것"이라며 "지금도 어둠 속에 헤매는 청소년에게도 지극히 좋은 길잡이고 모델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자신의 과거 잘못을 내내 알리고 다닐 이유도 없다"며 "누구나 이력서, 이마빡에 주홍글씨 새기고 살지 않도록 만들어낸 체제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오히려 조진웅의 소년범 전력을 드러낸 언론을 문제 삼았다. 그는 "누군가 어떤 공격을 위해 개인·정치·선정적 동기든 수십 년 전 과거사를 끄집어내어 현재의 성가를 생매장 시키려 든다면, 사회적으로 준엄한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그 연예인이 아니라 그 언론"이라며 "이런 생매장 시도에 조진웅이 일체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건 아주 잘못된 해결책이다. 생매장 당하지 않고 맞서 일어나 우뚝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가 좋아했던 독립운동가들에 관해 일제는 어떤 개인적 약점을 잡아 대의를 비틀고 생매장시키는 책략을 구사했다"며 "연예인은 대중 인기를 의식해야 해 어쩌면 가장 취약한 존재다. 남 따라 돌 던지는 우매함에 가세 말고, 현명하게 시시비비를 가리자. 도전과 좌절을 이겨내는 또 하나의 인간상을 그에게서 보고 싶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박찬운 자문위원장(한양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도 8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한 인간의 전 생애를 소년 시절 기록 한 줄로 재단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라 폭력"이라며 "비행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에게 희망을 꺾는 사회 대한민국이 그런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나는 이 소식을 접하며 깊은 분노를 느낀다"며 "분노의 대상은 배우가 아니다. 그를 끝내 무대에서 끌어 내린 이 사회의 비정함"이라고 했다. 그는 "문제의 '범죄경력'이라는 것은 성인이 아닌 소년 시절 보호처분 기록"이라며 "소년 보호처분은 국가가 소년을 처벌하기 위해 존재하는 제도가 아니라 교정과 보호를 통해 사회로 복귀시키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이게 과연 어떤 교육이고 어떤 공정인가. 한 번의 잘못이 평생 낙인이 된다면 '갱생'이라는 개념은 존재 이유를 잃는다"면서 "소년보호제도는 껍데기만 남고, 사회는 사실상 평생형 낙인 체제를 운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진웅 인생 스토리는 우리 사회가 환영해야 할 희망의 이야기"라며 "한 인간의 전 생애를 소년 시절 기록 한 줄로 재단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라 폭력"이라고 했다. 그는 "나는 조진웅의 복귀를 희망한다"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과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대리한 김재련 변호사도 조진웅을 옹호했다. 그는 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소년법 목적에 비추어보면 현재 성인이 되기는 했으나 모 배우 실명을 찍어 보도하는 것은 소년법 취지에 반하는 것 같다"며 "사회 도처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온통 너덜너덜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소년법 제1조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성행을 교정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는 조항과 제68조 '소년법에 따라 조사, 심리 중인 사건에 관해 소년이 누구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사실이나 사진을 보도할 경우 처벌한다'는 조항을 인용하며 해당 보도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가수 이정석도 6일 인스타그램에 "연예계 은퇴? 왜 그렇게까지 만드나. 너희는 그리 잘 살았고 살고 있나. 세상이 안타깝고 더럽다"며 조진웅을 옹호했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5일 디스패치는 조진웅이 고등학교 시절 중범죄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아 소년원에 송치됐다고 보도했다. 또 조진웅이 고등학교 2학년 때 특가법상 강도 강간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았다고 밝히며, 본명이 아니라 아버지 이름 조진웅으로 활동하는 것도 이러한 이력을 숨기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6일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는 "미성년 시절 잘못했던 행동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면서도 "성폭행 관련 행위와는 무관하다. 조진웅이 부친 이름을 예명으로 사용한 부분은 과거를 감추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스스로 다짐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한 결심에서 비롯된 진심"이라고 밝혔다.
조진웅은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한다"며 "앞으로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성찰하겠다"고 은퇴 선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