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는 라인업은 2026 시즌 커다란 숙제 세 개를 안고 있다. 4번타자 최형우가 친정 삼성으로 이적한데다 주전 유격수이자 리드오프로 활약해온 박찬호도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특히 4번타자는 장타력을 갖춘 나성범이 맡을 수 있지만 1번타자 구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수 년동안 박찬호가 주로 리드오프를 맡았다. 2021시즌부터 5년동안 1254타석에 들어섰다. 타율 2할9푼, 출루율 3할5푼2리를 기록했다. 올해도 박찬호가 가장 많은 319타석을 소화했다. 리그에서 알아주는 넘사벽은 아니었지만 팀내에 이만한 1번타자도 없었다.
윤도현이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이범호 감독이 올해 타격기회를 많이 부여하기 위해 일부러 1번타자로 기용했다. 93타석 타율2할9푼9리, 출루율 3할3푼을 기록했다. 공을 고르기 보다는 보이면 바로 방망이가 나가는 '닥공스타일'이다. 1번타자로 삼진도 23개나 당했다. 발은 빠르지만 전형적인 리드오프형 타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올해 경험치를 살린다면 충분히 활용은 가능하다. 매년 따라다니는 부상이슈를 털어내야 가능한 카드이다.
KIA 윤도현./OSEN DB
올해 커리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중견수 김호령도 후보에 들 수 있다. 데뷔 이후 주로 9번타자로 뛰었고 타격과 출루율이 낮았다. 올해 환골탈태했다. 정교함과 선구안이 더해져 데뷔 이후 가장 높은 3할5푼9리의 출루율을 기록했다. 도루를 포함한 주루능력도 팀내 상위급이다. 번트능력도 갖추어 왼손타자였으면 기습안타도 많았을 것이다.
좌타자로는 박정우와 박재현이 후보이다. 내년 입단 10년차를 맞는 박정우는 경험이 부족하다. 100타석을 넘긴 시즌이 없었다. 그러나 강한 어깨와 빠른 발을 갖춘 외야수로 내년에는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2할8푼 이상은 충분히 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2025 신인으로 주목을 끌었던 박재현은 타격이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았다. 역시 타격능력이 관건이다.
건강한 김도영에게도 눈길이 쏠릴 수 있다. 리그 최상급 장타력을 갖춘터라 3번타자로 주로 나섰다. 내년에도 3번 기용이 유력하다. 리그 최고의 스피드를 앞세워 주루와 탁월한 도루능력까지 과시했다. 우타자인데도 발이 워낙 빨라 기습번트 안타 능력도 출중하다. 능력치로 본다면 리그 최상의 리드오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세 차례나 다친 햄스트링이 완벽하다는 조건에서 가능한 일이다. 부상 관리 차원에서라도 리드오프 기용은 쉽지 않아보인다.
KIA 김호령./OSEN DB
국내 타자 가운데 마땅한 후보가 없다면 외국인 타자 가능성도 열려있다. 2017년 우승을 이끌었던 로저 버나디나가 안성맞춤이었다. 당시 이명기와 1번타자를 번갈아 맡으며 272타석을 소화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2018시즌도 주로 1번타자로 뛰었다. 소크라테스 브리토도 작년 89타석을 소화했다. 버나디나의 리드오프 활약이 강렬했다.
구단은 35홈런을 터트린 패트릭 위즈덤과 재계약 대신 발이 빠른 외야수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이 빠르면 충분히 리드오프로 기용이 가능하다. 버나디나는 발도 빨랐지만 홈런도 곧잘 때리는 등 장타력까지 갖추었다. KIA 2026 새로운 외인 결정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출루해서 자력으로 득점권에 진출하는 적임자를 구할 수 없다면 스피드에 관계없이 출루율이 높은 리드오프를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이른바 '강한 1번타자'이다. 결국 박찬호의 빈자리는 유격수 자리 뿐만 아니라 리드오프를 포함한 테이블세터진 구성에도 만만치 않는 숙제를 안겨주고 있는 셈이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