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NSS서 '위협' 규정 빠진 중·러, 대놓고 군사훈련…트럼프 "젤렌스키에 실망"

중앙일보

2025.12.07 22:3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5일(현지시간)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내용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유럽 동맹국들을 노골적으로 비난한 데 대해 동맹국 사이에서 논란과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과거 ‘실질적 위협’으로 지목됐던 러시아와 중국 등에선 환영의 메시지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케네디 센터 명예의 전당 수상자를 위한 리셉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역대 정부는 지금까지 NSS에서 러시아를 ‘직접적 위협’으로, 중국을 ‘최대의 도전’으로 표현하며 안보의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평가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번 NSS에서 해당 표현을 쓰지 않으면서 미국 대외 정책의 큰 흐름이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 “우리 비전과 부합”…“美 NSS 극찬은 처음”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의 NSS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여러모로 우리의 비전과 부합한다”며 “이전 미국 행정부의 접근과는 대조적인 긍정적인 조치”라고 답했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끊임없이 확장하는 동맹으로 보는 인식을 없애겠다”는 문구에 대해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움직임을 의식한 반응으로 해석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5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인도-러시아 무역 포럼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앞서 바이든 정부의 NSS에는 미국의 우선순위 챕터에 중국과 러시아가 가장 먼저 제시됐고, 국방전략(NDS), 핵태세검토보고서(NPR)는 러시아를 ‘당장의 위협’으로 상정했다. 그러나 이번 NSS에선 러시아를 위협 요인으로 규정한 표현이 빠졌다.

로이터는 “러시아가 냉전 시기 적(敵)이었던 미국의 NSS를 이렇게 극찬한 것은 처음”이라며 “세계 정치 토대에 대해 미·러가 공개적으로 같은 뜻을 보인 것도 드문 일”이라고 평했다.



트럼프 “젤렌스키 실망”…장남 “우크라 손 뗄 수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러시아가 아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공개적으로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 케네디센터 공로상 시상식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논의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화) 몇 시간 전까지 제안을 읽지 않았다는 것에 조금 실망했다”며 “그(젤렌스키)의 국민들은 그것(제안)을 좋아하지만 그는 그것을 읽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2일 마이클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F=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달한 ‘제안’의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전날까지 종전 관련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이에 더해 “아버지(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아버지는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할지 알 수 없다”며 “마약 카르텔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보다 미국에 훨씬 더 큰 명백한 현존하는 위험”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선 공격 등 마약 카르텔을 겨냥한 군사작전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의미다.

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포럼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뗄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마약 카르텔을 보다 중요한 안보적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위협 아닌 경제적 경쟁자…中, 미국 양보에 환호”


중국은 NSS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현지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전략적 문제가 아닌 경제적 거래 대상으로 재정립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린 케네디센터 명예의 전당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손에 반창고가 붙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조는 듯한 모습을 자주 반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NSS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 정책의 목표로 “상호 유리한 경제 관계 구축”을 제시했다. 전임 정부가 중국을 미국이 직면한 ‘최대 도전’으로 규정한 것과는 큰 차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중국을 “미국의 가치와 질서에 반하는 세계를 만들려고 한다”고 했지만, 이번엔 ‘중국’이라는 표현조차 ‘비(非)서반구 경쟁국’으로 대체됐다.

미국 외교협회(CFR)는 “동맹을 중심에 두지 않는 이러한 전략은 결과적으로 중국에 전략적 공간을 열어줄 우려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라이언 페다슈크 연구원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국이 대만 문제와 관련,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oppose)’에서 ‘지지하지 않는다(does not support)’로 입장을 완화한 데 대해 중국이 환호할 것”이라며 “중국은 이 양보를 다음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고 훨씬 더 큰 유연성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4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7차 중불경제협력위원회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박수를 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라진 표현’이 더 중요”…중·러, 합동 미사일 훈련


뉴욕타임스(NYT)는 “유럽 동맹국이 ‘문명적 소멸’에 직면할 거라는 말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더 눈에 띄고 중요한 것은 (NSS) 33페이지에서 무시된 내용”이라며 “2대 경제대국(중국)과 3대 핵강국(중·러) 간의 즉각적이고 장기적 경쟁에서 벗어난 것은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북한의 비핵화’ 언급을 삭제한 점에 대해서도 “트럼프 1기 당시 1~20개의 핵무기를 보유했던 북한에 ‘화염과 분노’로 위협하며 ‘북한이 핵무기로 수백만 명의 미국인을 살상할 능력을 추구한다’고 명시했지만, 이번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3월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요 조선소들의 함선 건조 사업을 현지에서 료해(점검)하고 선박 공업의 획기적 발전을 위한 전략적 방침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뉴스1

이런 가운데 중국 국방부는 미국의 NSS가 공개된 직후인 지난 6일 오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12월 상순 중·러 양국 군이 러시아 경내에서 제3차 미사일 방어 연합 연습을 했다”고 밝혔다. 이번 훈련은 양국이 지난달 국방·외무 고위급 회담을 열고 미사일 방어 및 합동 군사 훈련 분야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직후 이뤄졌다.



강태화([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