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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옆자리 앉히고 대놓고 칭찬…'다크호스 정원오' 띄우는 이유

중앙일보

2025.12.07 22:53 2025.12.07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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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지방시대위원회 보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왕태석 한국일보 2025.12.08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엑스(X)에 “정원오 구청장이 일을 잘하기는 잘하나 봅니다. 저의 성남시장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저는 명함도 못 내밀 듯”이라고 적었다. 정 구청장의 구정 만족도가 92.9%에 달한다는 여론조사를 언급한 뒤에 이은 말이었다. 해당 조사는 성동구가 의뢰해 여론조사업체 한국리서치가 지난 10월 21~24일 성동구민을 대상으로 ARS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된 조사였다.

그러자 정 구청장은 이 글을 자신의 엑스에 재공유하며 “원조 ‘일잘러’로부터 이런 칭찬을 받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더욱 정진하겠다”고 화답했다.

8일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엑스(X) 계정에 올린 글. 이 대통령 X 캡처
정 구청장은 이미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내보이고 있는 민주당 내 다크호스다.

이 대통령이 정 구청장을 띄우는 모습이 처음 포착된 것은 지난달 12일 중앙지방협력회의 오찬 때였다. 이 대통령은 정 구청장을 자신과 같은 헤드테이블에 앉혀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이 자리 계신 분 중에서 나중에 대통령 하실 분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표면적으론 “이 대통령이 과거 기초자치단체장 출신이란 공통점에 주목한 것일 뿐 내년 서울시장 선거와는 무관하다”(대통령실 관계자)란 입장이다. ‘일 잘하는 유능한 행정가’를 중시하는 이 대통령의 코드가 반영돼 공교로운 장면들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 해석은 달랐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구청장이 만약 서울시장 후보가 된다면 설령 패배하더라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구도를 만들 수 있는 인물”이라며 “차세대 리더를 키우는 셈 치고 이런 띄워주기가 나쁠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현재 현역 의원 중심의 여권 서울시장 후보군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현역 프리미엄을 이겨낼 지가 미지수인 상황에서 제3의 인물인 정 구청장에 힘을 실어 판을 키우려는 포석이란 것이다.

정 구청장은 과거 비명계로 분류되는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보좌관을 지냈던 이력으로 일부 강성 지지층의 비토가 있었으나, 이 대통령의 이같은 손짓에 힘입어 최근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정 구청장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달 1일부터 2일까지 이틀간 ARS 무선조사 방식으로 진행한 ‘차기 서울시장 적합도’에서 여권 후보군 가운데 1위(13.0%)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10.0%), 김민석 국무총리(8.0%),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7.3%),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7.1%),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6.1%), 서영교 민주당 의원(4.8%),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3.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3년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출범식에서 정원오 공동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당초 정치권에 세게 나돌았던 김민석 국무총리나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 ‘빅 샷 차출론’이 최근 주춤하는 상황과도 맞물렸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정권 고위급 인사를 차출하려면 사실상 경선을 붙일 순 없고 전략 공천을 줘야 하는 데 이런 정무적 판단이 당과 협의가 될지도 아직 불분명하다”며 “혹여 패배라도 하면 그 역시 이재명 정부엔 부담”이라고 했다.

야권에선 반발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특정 인물을 노골적으로 띄우는 선거 개입 신호탄”이라며 “일찌감치 여권의 다른 서울시장 후보들은 퇴짜를 놓는 거냐. 김현지 (1 부속) 실장이 낙점한 거냐”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사실상 여당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한 명심 오더이자 대통령 발 사전선거운동”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섭 의원도 통화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성동구정만 관심 갖지 말고 환율, 물가 폭등 등 대한민국 국정이나 잘 챙기길 바란다”고 했다.




윤지원.양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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