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연합(EU)도 미국처럼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U의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중국이 선제적 조치를 취하라는 취지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3~5일 중국을 국빈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지 이틀 만에 나온 발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와 인터뷰에서 중국 측에 EU와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요구했다. 그는 “나는 만약 중국이 반응하지 않으면 유럽 측이 앞으로 몇 달 안에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며 “예를 들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레제코에 따르면 지난해 EU의 대중 무역적자는 3000억 유로(약 513조 8000억원)에 이른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EU의 부담이 커졌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려던 물량이 대거 유럽으로 흘러들어오면서 EU 시장을 잠식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가운데 끼어 있다”며 “유럽 산업에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이라면 유럽도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고율의 관세부과를 마다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방중 당시 시 주석에게 유럽 내 직접투자(FDI)를 늘려달라고 요청한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약탈적이어서는 안 된다”며 “‘약탈적’이란 패권을 추구하고 종속 관계를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EU 차원의 대중 관세부과가 현실화되까지는 난관이 만만찮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U 무역정책은 27개 회원국 간 합의를 거쳐 EU 집행위원회가 수립하기 때문이다.
한 차례 불발된 독일과 중국 외교수장 간 만남도 재개됐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1박2일 일정으로 8일 중국 방문길에 올랐다. 바데풀 장관은 “분명한 해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가 많고, 양국 시각도 때로는 크게 다르다”면서도 “독일과 유럽의 안보와 번영은 중국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은 10월 말로 예정된 그의 방중 일정을 전격 취소한바 있다. 바데풀 장관이 지난 8월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고 국경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려는 반복적 위협을 하고 있다”고 중국을 자극한 것이 화근이었다.
바데풀 장관은 이번 방중 기간 한정 부주석, 왕이 외교부장, 왕원타오 상무부장 등과 만나 양국 관계와 주요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독일 매체 슈피겔은 희토류 공급망 안정성 확보, 전기차 및 철강 과잉 생산 문제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전과 대만해협 문제 등 글로벌 정세에 대한 의견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정 홍콩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유럽은 더 이상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도 “중국과는 가치관 차이, 러시아 문제 등에 대한 시각 차이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