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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만 새로운 연말 발레 레퍼토리…각양각색의 ‘호두까기 인형’

중앙일보

2025.12.07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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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호두’의 계절이다. 올해도 다양한 얼굴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관객을 찾는다. 연말 무용 분야 예매 차트는 ‘호두까기 인형’이 점령했다. 8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무용(서양/한국무용) 총 티켓예매액 1~8위가 모두 ‘호두까기 인형’이다. 서울은 물론 대구·부산·광주에서 열리는 ‘호두까기 인형’이 순위권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국 각지의 관객들이 연말 공연장을 찾아 이 작품을 보는 셈이다.

국립발레단의 연말 레퍼토리 '호두까기 인형'. 다른 작품과 달리 '호두까기 인형'역을 어린 무용수가 맡아 연기한다. 사진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은 독일 작가 E.T.A 호프만의 동화가 원작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 받은 소녀가 꿈속에서 왕자로 변한 인형과 함께 환상의 세계로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함께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곡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선율을 따라 화려한 복장의 무용수들이 춤을 추며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1892년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이 초연한 이래 전 세계에서 연말 대표 발레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 심정민 무용평론가는 “‘호두까기 인형’은 내용과 소재 면에서 연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공연으로 발레단 입장에서도 확실한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세계 유수의 발레단이 ’호두까기 인형‘을 연말 고정 레퍼토리로 선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전으로 자리 잡은 작품인 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며 관객을 만나고 있다. 한국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도 올 연말에도 어김없이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1986년, 국립발레단은 2000년 각각 이 작품을 초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돌발 변수가 아니면 매년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양 작품은 같은 제목의 발레 공연이지만 뜯어보면 차이가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1892년 원작에 가장 충실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 유니버설발레단

국립발레단이 13~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리는 ‘호두까기 인형’은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예술감독을 지낸 발레계 거장으로 지난 5월 작고한 유리 그로고로비치(1927~2025)의 버전이다. 이번 공연에는 국립발레단을 대표하는 수석무용수 박슬기·조연재·김기완·이재우·허서명·박종석 등이 무대에 선다. 국립발레단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호두까기 인형 역할을 목각 인형이 아닌 어린 무용수가 연기한다는 점이다. 매년 국립발레단 부설 발레아카데미 학생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통해 인형을 연기할 무용수를 선발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바실리 바이오넨(1901~1964) 버전이다. 1892년 마린스키 발레단 초연 작품을 좀 더 충실히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공연은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 홍향기·이현준, 전여진·임선우, 장지윤·이승민 등 총 일곱 커플이 무대에서 합을 맞춘다. 이 작품은 지난달 대구문화예술회관을 시작으로 지역 순회공연을 진행 중이다. 오는 12, 13일 인천문화예술공연에 이어 17~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마무리한다.

심정민 평론가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보다 역동적이고 화려한 발레 테크닉을 중시하는 볼쇼이 발레단의 특징을 지닌 작품으로 드라마틱한 매력이 있어 발레 애호가에게 제격인 작품”이라며 “유니버설발레단의 작품은 마린스키 발레단 특유의 우아함과 아기자기함을 갖춰 어린 자녀를 포함한 가족들이 관람하기에 보다 적합하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발레시어터의 '호두까기 인형'. 무대에 한복과 상고 돌리기가 등장한다. 사진 마포문화재단

양대 무용단 대비 규모가 작은 무용 단체들은 보다 실험적인 ‘호두까기 인형’을 관객에서 선보인다. 마포문화재단 상주단체 서울발레시어터는 18~21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K 컬처 요소를 가미한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한다. 전통 한복을 입은 인형이 등장하고 아이들은 상고 돌리기를 선보이는 식이다.

와이즈발레단의 경우 비보이·탭댄스 같은 현대적 요소를 추가했다. 이달 5~7일 하남문화예술회관에서 개막했고, 공주문예회관(13∼14일), 화성아트홀(20일), 서울 나루아트센터(28∼31일)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어린 관객 맞춤형 ‘호두까기 인형’도 무대에 오른다. 1995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발탁된 후 2000년 파리오페라발레단 한국인 최초 솔리스트를 지낸 김용걸이 안무와 연출을 맡은 ‘호두까기 인형: 해설이 있는 명품 발레’가 이달 5일 서울 이화여대 ECC 삼성홀에서 개막해 오는 13일까지 관객을 만난다. 원작 마법사인 ‘드로셀마이어’가 해설자로 등장해 내레이션을 하며 관객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하남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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