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프랑스에선 최초의 풀컬러 여성 주간지가 탄생했다. 올해로 창간 80주년을 맞은 패션잡지 엘르(ELLE)다.
지난 80년 동안 미디어 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전 세계적으로 잡지와 신문 등 인쇄 매체의 발행 부수가 줄어들고,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됐다. 엘르는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 살아남았을까.
2014년부터 엘르를 이끌고 있는 콘스탄스 벤케(65) 엘르 프랑스·인터내셔널의 CEO를 최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나 물었다. 그는 “2025년에 잡지를 만든다는 것은 헤리티지(유산)를 지키면서도 오늘의 환경에 맞게 끊임없이 재창조해가는 일”이라고 밝혔다.
Q : 엘르의 생존 전략은 무엇인가.
A : “몰입형 콘텐트, 영상, 소셜 플랫폼 등을 기반으로 디지털 전략을 강화해왔다. 이 외에도 호텔, 카페 등 공간 사업을 통해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다.”
Q : 각 분야의 규모는 어떻게 되나.
A : “현재 엘르는 인쇄 잡지 독자는 전세계에 3200만명이다. 그리고 월간 1억명 이상의 온라인 방문자가 있다. 매출은 약 10억 달러(약 1조 4669억원)에 달하며, 이중 6억 달러(약 8802억원) 이상이 미디어 외의 분야와 리테일(소매 시장) 가치에서 발생한다.”
Q : 여성 인권을 포함해 사회적 의제도 꾸준히 다뤄왔다. 이를 ‘엘르 저널리즘’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A : “그렇다. 창간 이후 엘르는 여성의 권리·다양성·사회적 책임에 대한 메시지를 꾸준히 전했다. 80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 31명의 여성 아티스트가 참여한 순회 전시를 지난 8월부터 11월 14일까지 오사카·방콕·뉴욕·파리 등에서 열었고, 수익 전액을 기부했다. 우리는 앞으로도 사회 변화를 함께 이끌어가는 ‘믿을 수 있는 목소리’로 남으려 한다.”
Q : 엘르는 한국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
A : “한국은 브랜드 성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트렌드와 디지털 혁신의 최전선에 있으며, 미디어 외 분야에서만 1억 달러(약 1470억원) 이상을 차지하는 시장이다. 현재 한국에선 엘르 골프, 엘르 이너웨어 등 15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이 운영 중이다.”
Q : 20년 뒤면 엘르는 100주년을 맞는다. 미래의 엘르는 어떤 모습일까.
A : “창간 당시 내세운 ‘가벼움 속의 진지함, 진지함 속의 아이러니’라는 비전처럼, 전 세계 여성들에게 영감을 주는 브랜드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