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더불어민주당에도 금품을 지원했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 등은 사건기록으로 남긴 만큼 다른 수사기관으로 인계하기로 했다. 그러나 특검팀이 지금까지 수사 대상을 넓게 판단했던 만큼 수사 범위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
“윤영호 진술, 특검법 수사 대상 아냐”
8일 오정희 특검보는 정례브리핑에서 “특검은 지난 8월 윤영호씨 구속기소 이후 수사 과정에서 윤씨가 법정에서 한 진술과 관련한 내용을 청취했다”며 “다만 그 진술 내용이 인적‧물적‧시간적으로 볼 때 명백히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수사기관에 인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시 진술 내용은 특정 정당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단 일부 시각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자신의 재판에서 “권성동 의원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만나야 했다. 한쪽에 치우친 게 아니고 양쪽(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모두 어프로치(접근) 했다”며 “2017~2021년에는 당시 정권인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 현 정부 장관급 4명에게 어프로치했고, 두 분은 (한학자) 총재에게도 왔다 갔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과 통일교 간부들의 통화 녹음파일 등을 통해서도 통일교가 민주당 인사들과 접촉한 정황을 확인했다.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 핵심 간부인 이모씨와의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에 접촉했다고 언급했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유로 특검법상 수사 범위를 제시했다. 특검법은 김 여사, 명태균, 건진법사와 관련한 국정 개입과 사적 이익 추구 사건을 수사 범위로 한다. 수사 대상이 이와 관련 없고, 윤 전 본부장이 밝힌 금품 지원 시기도 2020년 이전으로 2022년 대선과 무관하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
특검법상 ‘수사 중 인지’ 수사 가능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도 수사 형평성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특검팀은 통일교로부터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샤넬백 등을 전달한 윤 전 본부장 수사 과정에서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이 전달된 정황을 파악해 수사했다. 권 의원이 대선 자금 성격으로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데선 민주당 후원 의혹과 차이가 있지만, 1억원이 실제 대선과 관련해 사용됐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특히 특검법은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행위’도 수사 대상으로 한다. 특검팀은 김 여사 일가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가 관여한 회사가 김 여사의 영향력으로 대기업에서 184억원 투자를 받았다는 '집사게이트' 사건을 수사하면서 수사 과정서 인지한 범죄임을 내세웠다. 그러나 김씨는 김 여사와는 무관한 개인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민주당에 대한 금품 제공 의혹도 관련 범죄로 인지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물음에 특검팀 관계자는 “법령에 거론된 사람과 관련한 의혹을 밝히는 게 특검법 목적”이라고 답했다.
━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 넘기기로
윤 전 본부장의 민주당 지원과 관련한 수사는 다른 수사기관으로 공이 넘어갈 예정이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과 관련해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윤 전 본부장의 서명 날인을 받아 사건기록으로 만들었다. 이를 다른 수사기관에 넘기기 위해서다. 특검팀은 수사를 완료하지 못한 사건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인계하도록 돼 있다. 다만 여당이 추진하는 2차 종합특검이 현실화할 경우 해당 특검의 수사 필요성도 제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