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8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부수법안 격인 ‘내란·외환 재판 중지 제한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처리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이날 오후 법사위 법안소위가 끝난 뒤 “헌재법을 오늘(8일) 처리하지 않고 다음 소위 때 계속 심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법사위가 이날 소위에 이어 전체회의 일정까지 예고하며 헌재법 개정안 처리를 마무리지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법사위는 이날 예정됐던 전체회의도 돌연 취소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인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이 위헌을 위헌으로 덮으려는 시도에 논란이 계속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 중지 제한법은 내란·외환죄 관련 형사 재판은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있더라도 ▶재판을 정지하지 않고 ▶헌재는 위헌 심판을 1개월 이내에 마쳐야 하며 ▶필요한 경우 변론도 생략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행법은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되면 위헌 여부 결정이 나올 때까지 모든 재판을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3일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이 법안을 상정하자 “헌재에 위헌 심판을 제청했을 정도라면 국민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재판을 중지하는 것이 헌법과 헌재법의 취지”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용민 의원은 헌재법 개정안 처리를 보류한 이유에 대해 “종국 재판이 정지되는지 여부와 헌재 위헌 심판 기간을 1개월로 한정하는지에 대한 헌재의 신중 의견이 있어서 내부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지난 5일 손인혁 헌재 사무처장이 소위에서 “법원이 종국 판결까지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헌법 107조 1항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언급한 걸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손 사무처장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재판소원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4심제”라는 대법원 반대에 대해 “4심제는 정확한 지적이 아니다”고 맞서는 등 그동안 우호적 입장을 보여왔다. 법원행정처와 법무부는 그간 법사위에서 내란재판부와 헌재법 개정안 모두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김 의원은 범여권에서도 “위헌” 우려가 분출하고 있는 내란전담재판부설치법에 대해서는 “일각서 위헌 시비를 걸 가능성은 여전히 있지만 위헌 시비 가능성 때문에 이 법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법의 출발점을 망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지난 3일 법사위를 통과한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수정할지 여부에 대해선 지도부 결정에 일임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일단 쟁점 법안 강행 처리를 미루면서 당장 9일 본회의부터 예고됐던 여야 극한 대치도 미뤄질 전망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 개정안(필리버스터 무력화법)은 내일(9일) 못 올릴 것 같고,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만큼 비쟁점 (법안)으로만 하려 한다”고 했다. 필리버스터 무력화법은 국민의힘이 내란 재판 관련 쟁점 법안에 대항하는 마지막 카드로 고려한 필리버스터를 차단할 수 있는 법안으로, 지난 3일 민주당이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강행 처리했다.
다만 민주당이 전담재판부 설치법안 등의 연내 처리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는 만큼 10일 시작되는 12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본회의 처리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여전하다.
그런 가운데 8일 법사위 소위에선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5대 개혁안 중 하나인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법안은 현행법에서 판결 확정 사건 판결문에만 허용하는 열람·복사를 판결 확정 전 형사 사건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