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오던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국회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법안을 “언론 입틀막”이라고 반대해 온 국민의힘은 물론, 그간 민주당의 우군(友軍)으로 여겨지던 조국혁신당 소속 과방위원까지 이석하면서 ‘정족수(과반) 미달’이 된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8일 법안소위를 열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상정해 논의했다. 개정안은 불법정보·허위조작정보임을 알면서 타인을 해할 의도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손해를 가한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당초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이날 법안소위에서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었다. 노종면 민주당 과방위 간사는 회의 직전 페이스북에 “허위조작정보를 상대로 한 입법 전쟁, 그간 긴 준비와 탐색전이 이어졌다면 오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된다”며 “과방위 법안소위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심의, 반드시 이기겠다”고 적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논의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며 “민주당에서 단일안을 가져왔는데, 그걸 올려놓고 얘기를 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김장겸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여러 안이 통합된 안을 갑자기 소위 단계에서 냈다”이라며 “우리가 뭘 알아야 얘기를 하지 않겠냐”고 성토했다.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이 오후 6시쯤 회의장을 퇴장하면서, 소위는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정회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돼 온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도 “좀 더 준비하고 당 차원의 의견을 모아 다음번에 진행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드렸다”며 회의장을 나섰다. 법안소위는 민주당 5명·국민의힘 4명·혁신당 1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돼 있어, 민주당만으로는 법안을 의결할 수 없다. 혁신당이 사실상 캐스팅보트인 셈이다. 혁신당은 지난 7일에도 “즉자적 대응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을 납작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신장식 최고위원)며 민주당표 정보통신망법에 우려를 표했다.
이와 관련, 혁신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혁신당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이제 막 소위에 회부되어서 논의되기 시작해서 오늘 당장 의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며 “다만 최근 전례 없이 민주당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과방위원은 “양당 사이 가장 큰 차이는 정치인이나 대기업 임원 등 공인에게 징벌적 배액 배상 청구 권한을 줄 것인가 말 것인가”라고 했다. 혁신당은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면서, 정치인 등에 징벌적 배상 청구 권한을 주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