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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당-통일교 의혹엔 눈감은 민중기 특검의 선택적 수사

중앙일보

2025.12.08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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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인사에 수천만원” 진술 나와도 수사 외면



정치적 중립 의무 저버리면 수사 신뢰성 의문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선택적 수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통일교가 2022년 대선 이전에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지원했다는 진술을 받고도 이를 수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금품을 준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지난 5일 법정에서 “한쪽에 치우쳤던 게 아니라 양쪽 모두 어프로치(접근)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2017∼2021년에는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며 “현 정부의 장관급 네 분에게 어프로치했고, 이 중 두 분은 (한학자) 총재에게도 왔다 갔다”고 증언했다. 특검 면담에선 “문재인 정부 시절 전현직 국회의원 2명에게 수천만원씩을 지원했다”고 진술했으며, 출판기념회 책 구매 등으로 후원을 받은 민주당 의원이 15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검팀은 한학자 총재와 윤씨를 구속기소하며 2022년 통일교 측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한 혐의와 통일교 단체 자금 1억4400만원을 국민의힘 의원 등에게 쪼개기 후원한 혐의만을 적용했다. 종교단체의 쪼개기 후원이 문제라면 여당에 대한 후원도 혐의에 넣었어야 하지만, 특검은 민주당과 통일교의 유착 의혹은 손을 대지 않았다. 함께 구속된 권 의원의 경우도 김 여사 의혹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별건수사 논란이 일었는데, 수천만원을 줬다는 구체적 진술이 나온 여권 인사 2명에 대해서는 왜 수사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민 특검팀은 어제(8일) 브리핑을 하고 “민주당 지원 부분은 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니다”며 수사기관에 이첩하겠다고 밝혔다. 민 특검팀은 ‘통일교 교단의 조직적 지원’이라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는데, 이것이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다.

‘김건희 특검법’에는 특별검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명시돼 있다. 수사 신뢰를 위해서는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에 균형감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 이번 사안처럼 수사 형평성에 시비가 붙으면 특검에 대한 불신과 함께 정치적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민 특검팀은 수사 도중 양평군 공무원이 자살하며 강압수사 논란이 일었음에도 담당 수사관에게 책임을 묻는 일에 소극적이란 지적도 받고 있다.

민주당은 3개 특검 이후에도 종합특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특검 제도는 원천적으로 선택적 수사 논란이 생길 위험을 안고 있다. 통상 명시되는 ‘관련 범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특검에만 의존할 것인가. 이제는 기존 수사기관이 엄정한 수사를 전개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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