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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입 회계사들 편의점·택배 알바 뛴다

중앙일보

2025.12.08 08:20 2025.12.0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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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졸업 후 수년간 공부해 공인회계사(CPA) 시험에 합격한 A씨(27)는 요즘 택배 배송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자격증은 있지만 어떠한 곳에도 소속되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이기 때문이다. 그는 8일 “수습 회계사 모집 공고가 뜰 때마다 빠짐없이 지원하고 있지만 서류 전형에서 모두 탈락하고 있다”며 “지난 몇 년간 취미와 친구 관계를 다 포기하고 공부에만 전념한 결과가 이러니 너무 힘이 든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 8대 전문직 중 하나인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음에도 받아주는 수습 기관이 없어 허덕이는 ‘미지정 회계사’가 늘고 있다. 회계사 합격자는 회계 법인이나 일반 기업에서 수습 기간(2~3년)을 거치고 나서야 공인회계사로 등록할 수 있다. 이날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회계사 40여 명도 정부서울청사 본관 정문 앞에 모여 “수습 회계사 미지정 사태를 즉시 해결하고 관련 규정을 제대로 정비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한국회계학회·회계정책연구원이 연구해 지난달 3일 발표한 ‘회계사 수습기관 운영 현황 및 개선 방향 연구’에 따르면 올해 회계사 합격자 1200명 중 수습기관 등록자는 10월 말 기준 338명(26%)뿐이었다.

김주원 기자
전문가들은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를 원인으로 지적한다. 2018년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제를 골자로 한 외부감사법이 전면 개정된 이후 회계사 수요가 늘어나면서 금융위원회는 합격자 수(2018년 850명→2023년 1100명)를 점진적으로 늘려 왔다. 여기에 더해 2024년 8월엔 감사원이 “비회계법인의 감사 분야 회계사가 부족해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선발 인원이 1250명까지 증원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업황이 침체하면서 회계 법인들의 채용 규모가 줄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일부 법인이 인공지능(AI)을 도입하면서 신입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고 수급 불균형도 일어났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감사 분야만 인력이 부족하고 경기를 타는 나머지 부문은 오히려 과잉 공급된 상황인데 정원을 단순히 늘리는 대책을 썼던 게 맞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인기 분야 의사들은 넘쳐나지만 비인기 전공의는 늘상 부족한데 단순히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방안을 쓴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금융위가 지난달 4일 내년 선발 예정 인원을 50명 줄인 1150명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회계사들은 “이 정도 대책으론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김정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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