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말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이 합쳐진다. 국토교통부는 8일 코레일과 SR을 통합하는 내용의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을 발표했다. 두 기관으로 이원화된 고속철도를 내년 말까지 완전히 통합하는 방안이다.
정부가 내세운 고속철도 통합의 목적은 좌석 부족 해소, 철도 안전 강화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온다. 수서역에 KTX를 넣게 되면 SRT 노선에는 운행 편수가 일부 늘어나지만, 서울역·용산역 등의 KTX 운행이 감소해 전체 좌석 증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교차 운영 초기에는 안전상 이유로 수서역에 KTX를 많이 투입할 수도 없는 데다 SRT 역시 차량 부족 탓에 서울역이나 용산역 운행이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재도 SR·KTX 관제와 선로 유지 보수, 차량 정비를 코레일이 모두 담당하고 있다. 통합한다고 해서 특별히 안전 문제가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철도노조와 코레일은 고속철 통합 운영 시 1만6000석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한 적이 없다. 설령 통합 후 최대 1만6000석이 추가 공급된다고 해도 부족분의 20%가 채 안 된다. 게다가 굳이 통합하지 않아도 차세대 고속열차(EMU-320)가 내년 말 순차적으로 도입되면 좌석 공급이 늘어나고, 2028년께 병목 구간이 해소될 전망이다. 좌석난 해소의 근본적 해결책은 통합이 아니라 열차 추가 도입과 오송~평택 등 병목 구간 해소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국토부는 “코레일·SR 노사,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한 간담회를 거쳤고, 각계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코레일과 SR 노사를 제외하면 7~8명의 전문가, 소비자단체 대표와 간담회를 세 차례 가졌을 뿐이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간담회가 사실상 요식행위였다”고 말한다. 공청회도 연 적이 없다.
통합 이후 철도산업 청사진 없이 통합 자체에 매달려 ‘코레일 독점시대’로 회귀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두 조직을 통합해 경영을 효율화할지, 안전이 강화될지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통합의 목적, 방법, 기대 효과 등을 포함한 명확한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주영 한국교통대 교통정책학과 교수는 “(통합 과정이) 너무 급하다는 느낌”이라며 “교차 운행을 먼저 시행하면서 철도산업 구조 전반을 재구조화할 수 있는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승모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과 교수도 “통합 땐 독점 운영으로 인한 운영 효율성 저하, 운임 인상 압박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교차 운행, 예약 통합, 차량 증차 등을 통한 좌석 추가 공급 효과를 일정 기간 시험해 본 뒤 통합 논의를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