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8일 X(옛 트위터)에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일을 잘하기는 잘하나 봅니다. 저의 성남시장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저는 명함도 못 내밀 듯”이라고 적었다. 정 구청장의 구정 만족도가 92.9%에 달한다는 여론조사를 언급한 뒤에 이은 말이었다. 해당 조사는 성동구가 의뢰해 여론조사업체 한국리서치가 지난 10월 21~24일 성동구민을 대상으로 자동응답(ARS)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한 조사였다.
그러자 정 구청장은 이 대통령의 글을 자신의 X에 공유하며 “원조 ‘일잘러’로부터 이런 칭찬을 받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더욱 정진하겠다”고 화답했다. 정 구청장은 이미 내년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도전설이 도는 민주당 내 다크호스로 꼽힌다.
이 대통령이 정 구청장을 띄우는 모습이 처음 포착된 건 지난달 12일 중앙지방협력회의 오찬 때였다. 이 대통령은 정 구청장을 자신과 같은 헤드테이블에 앉혀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이 자리 계신 분 중에서 나중에 대통령 하실 분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당시 “이 대통령이 과거 기초자치단체장 출신이란 공통점에 주목한 것일 뿐 서울시장 선거와는 무관하다”(대통령실 관계자)고 했었다.
정치권 해석은 달랐다. 여권 관계자는 “정 구청장이 만약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된다면 패배하더라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구도를 만들 수 있는 인물”이라며 “차세대 리더를 키우는 셈으로 치고, 이런 띄워주기가 나쁠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의 현역 프리미엄을 뛰어넘을 여권 후보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신선한 이미지의 정 구청장에게 힘을 실어 판을 키우려는 포석이란 것이다.
정 구청장은 과거 비명계로 분류되는 임종석 전 대통령실비서실장의 보좌관을 지냈다. 이 때문에 일부 강성 지지층의 비토가 있었으나,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손짓에 힘입어 최근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당초 정치권에서 제기되던 김민석 국무총리나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 등 ‘빅샷 차출론’이 최근 주춤하는 상황과도 맞물렸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정권 고위급 인사를 차출했는데 혹여 패배라도 하면 이재명 정부엔 부담”이라고 했다.
야권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특정 인물을 노골적으로 띄우는 선거 개입 신호탄”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