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인천시 서구 수도권매립지 제3-1매립장. 트럭이 쌓아 놓고 간 종량제 쓰레기봉투 더미를 불도저가 넓게 펴고 있다.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한쪽에서는 계속 물을 뿌렸다. 먹이를 찾는 갈매기 떼는 매립장 주변을 날고 있었다. 매일 아침 수도권매립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이런 풍경을 거의 볼 수 없게 된다. 종량제 쓰레기를 땅에 바로 묻는 ‘생활폐기물 직매립(直埋立)’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매일 2000t(톤) 이상의 수도권 생활폐기물을 이곳에 매립했지만, 앞으로는 소각·재활용 처리 후 남은 잔재물 등만 묻을 수 있다. 비상상황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직매립이 허용된다. 수도권 3개 시도(서울·경기·인천)는 이곳에 보내던 생활폐기물 대부분을 전국의 민간 소각장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수입의 55%인 생활폐기물 반입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최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매립지 안에는 ‘민간처리는 직매립 금지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노조 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윤수경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홍보비서실 선임차장은 “감소되는 폐기물에 맞춰 매립 시간, 매립장 관리 비용 등이 축소될 예정”이라며 “지역주민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던 드림파크 야생화단지 운영 등 공원 관리 예산도 큰 폭으로 감액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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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수도권 쓰레기 처리…수명 더 늘어날 듯
1992년부터 매립을 시작한 수도권매립지는 30년 넘게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책임졌다. 단일 매립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해외 정부기관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할 정도로 공공 폐기물 처리 모델로 주목을 받았다.
현재 골프장으로 활용되는 제1매립장은 8년, 제2매립장은 18년을 썼다. 이후 2018년부터 사용된 3-1매립장은 지금까지 66%의 매립률을 기록 중이다.
직매립 금지로 인해 내년부터 반입량이 급감하면서 수도권 매립지의 수명은 크게 늘어난다. 설계 당시 올해 안에 포화할 것으로 예측됐던 3-1 매립장은 앞으로 620만t을 추가로 매립할 수 있다. 연간 매립량이 지난해의 25%(17만t) 수준으로 준다면 앞으로 35년 이상을 더 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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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없이 10년 지나…불법 쓰레기산 생길 수도”
문제는 민간 소각장에 의존하는 것 외에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2015년 당시 환경부와 3개 시도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해 수도권 매립지를 대신해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공공소각장 확충에 실패했을뿐더러 대체 매립지도 아직 구하지 못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도 2019년 매립지 안에 종량제봉투를 뜯어서 다시 재활용하는 전처리 시설 건립을 추진했지만, 인천시와 환경단체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서진욱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노조위원장은 “4자 협의체 각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2015년 이후 수도권 폐기물 정책이 멈춘 채로 10년이 지났다”며 “앞으로 매립지에서 처리되던 생활폐기물이 지방 각지의 민간 소각장으로 흩어지게 되는데, 제대로 처리가 안 되면 불법 쓰레기산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수도권매립지공사 측은 매립지 부지를 활용해 광역소각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국무조정실에 요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천시와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커서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활한 부지와 각종 폐기물 처리 인프라를 갖춘 수도권 매립지의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폐기물로 인한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고 재활용 비율을 높일 수 있는 여러 순환 경제 시설을 밀집시키는 것도 방법”이라며 “매립지라는 과거와 순환 경제라는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새롭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