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火葬)시설 부족으로 수도권에서 ‘땅끝마을’까지 원정 화장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행정안전부가 경기 북부지역 종합장사시설(양주 화장장) 건립 사업에 대해 재검토 결정을 내려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8일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2024년 화장시설 이용현황’ 자료를 보면, 서울 사망자 중 서울 밖 화장 시설을 이용한 비율은 8.6%로 나타났다. 인천과 경기 사망자의 각각 3.5%, 21.9%도 원정 화장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원정 화장률은 서울(16.3%)과 인천(3.5%), 경기(22.4%)였다. 서울은 3년 전부터 화장 시간을 단축한 스마트화장로를 본격 운영하면서 이 비율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었다. 반면 화장장이 부족한 경기도는 원정 화장률이 여전히 20% 이상이다. 박태호 장례와 화장문화 연구포럼 공동대표는 “경기도는 인구 1300만명이 넘는데 화장장은 4곳에 불과해 원정 화장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 사망자는 강원 원주(3.8%)나 충남 천안(3.6%)은 물론 수백㎞ 떨어진 전라나 경상 지역 화장장까지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 시설에는 땅끝마을인 해남 남도광역추모공원, 경남 김해추모의공원 등이 포함됐다.
사정이 이런데 2030년 개원 예정으로 추진하는 양주 화장장(89만㎡ 규모)은 좌초 위기다. 양주 화장장은 단순한 장사시설이 아니라 반려동물 놀이터, 야외공연장 등을 포함한 복합 장사·문화 공간으로 설계됐다. 3년 전 백석읍 방성1리 주민의 우호적인 여론에 후보지를 겨우 선정할 수 있었다. 예산은 2092억원이 소요된다. 원정 화장 문제를 함께 겪고 있는 의정부와 동두천·포천·남양주·구리가 분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후보지와 2~3㎞가량 떨어진 신도심인 옥정·회천지구 주민들을 중심으로 반대 운동이 벌어졌다. 지역 정치권도 가세했다. 결국 대안부지 공개모집이 이뤄졌으나 응모 지역이 없자 지난 7월 방성1리가 후보지로 재확정됐다. 그래도 반대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그사이 지난 10월 행안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중투심위) 재검토 결정이 ‘기름’이 됐다.
중투심위는 ‘시민들과 소통을 통한 이견 해소’ 등을 이유로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행안부 관계자는 “(양주시가) 처음 제출 서류만 보면 이견이 없는 것처럼 기술했는데 (중투심위서) 확인해보니 반대 여론이 있었다”며 “찬·반 의견이 나뉜다고 해서 사업이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과 소통을 충분히 하라는 의미에서 재검토 결정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갈등조정협의체 구성 등 보완 과정을 거쳐야 해 2027년 착공, 2030년 개원이 미뤄질 수 있다. 박 대표는 “지금처럼 경기도 장사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인센티브 지원 등을 해야 할 정부가 (혐오시설로 불리는 화장장에 대해) 주민 이견 해소 등을 이유로 재검토 결정을 내린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더욱이 내년 치러질 지방선거와 맞물리면서 반대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일부 양주시의원들은 지난달 24일 연천군의원을 만나 아직 지방재정투자심사를 받지 않아 착공이 불투명한 연천 화장장을 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6개 지자체가 공동으로 추진해온 양주 화장장 사업을 사실상 뒤엎는 움직임이다. 양주시 관계자는 “(행안부의) 재검토 결과를 시민과의 소통 기회로 삼아 사업 절차를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