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1월 11일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의 성격이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중간평가로 흐르고 있다.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최고위원 보선 후보군은 모두 스스로 친명계(친이재명계)라고 여기지만, 그 안에서 친정청래계(친청)와 반정청래계(반청)로 극명히 나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에 따라 정 대표의 연임 가도에 미칠 영향이 큰 탓에 내년 8월 정기전국당원대회의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현희·김병주·한준호 의원이 지난 1일 광역단체장 도전을 위해 사퇴하면서 열리게 된 이번 보선은 중앙위원·권리당원 투표를 각 50%씩 반영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8일 현재 최고위원 후보군으로는 강득구·문정복·임오경(이상 재선)·이건태·이성윤(이상 초선) 의원과 유동철 부산 수영 지역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유일한 원외 인사인 유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주권정부를 성공시키고, 국민이 만든 빛의 혁명을 완수하며, 숙의와 공론으로 당원주권을 실현하고자 민주당 최고위원에 도전한다”고 썼다. 계파색이 옅은 민병덕(재선) 의원도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이다.
후보군 중 김민석 국무총리의 30년 지기 측근인 강득구 의원과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변호인이었던 이건태 의원, 친명 원외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공동대표인 유 위원장은 반청계로, 현 정청래 지도부의 주요 당직을 맡은 문정복·임오경·이성윤 의원은 친청계로 분류된다. 당 민원정책실장인 임 의원은 2020년 영입인재로 입당한 뒤 정 의원에게 의정활동에 관한 조언을 받으면서, 법률위원장인 이 의원은 정 대표와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위원으로 활동하며 측근으로 거듭났다.
특히 조직사무부총장인 문 의원은 지난해 경기도당위원장 출마를 포기하는 과정에서 친명 원외조직인 혁신회의와 갈등을 겪었다. 문 의원은 조강특위위원장을 맡아 지난 10월 부산시당위원장 보궐선거 때 혁신회의 주축인 유동철 위원장의 컷오프(공천 배제) 과정에서 총대를 멨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의원과 유 위원장의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당내에선 큰 흥행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지방선거 목전에 조직사무부총장이 직을 던지고 출마할지는 미지수다.
후보들의 말에서도 ‘친청계 대 반청계’의 구도는 선명해지고 있다. 이성윤 의원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확실한 내란 청산을 위해 당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고 썼다. 이건태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은 앞으로 가고 있는데 당은 옆으로, 때로는 다른 방향으로 걷고 있다. 엇박자, 이제 끝내야 한다”며 정 대표를 직격했다.
최고위원 보선 결과는 6·3 지방선거에 이르는 과정에서 보일 민주당의 기조와 당·대통령실의 관계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당의 재선 의원은 “친청계가 승리하면 정청래 지도부의 강경 외길 기조가 강화되면서 대통령실과 엇박자도 늘 것”이라며 “반청계가 승리하면 지방선거 공천과 캠페인 전략을 두고 당내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보들은 보선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김정호)가 정할 룰이 단수투표제냐 복수투표제(투표권자 한 명이 두 명 이상에게 투표)냐를 두고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각 후보의 경선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단수투표 때는 객관적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나머지 두 자리를 둘러싼 쟁탈전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복수투표가 되면 친청계와 반청계가 한 자리씩 나눠 가진 뒤 나머지 한 자리를 두고 경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최고위원 선출엔 복수투표 방식이 적용됐다. 단수투표 때는 기세를 잡은 한 쪽이 세 자리를 석권할 가능성도 있다.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한 의원은 지난 주말 광주광역시에서 1박을 하며 사전 민심 탐방을 벌이는 등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호남(약 37만명)을 향한 구애 경쟁도 이미 시작됐다. 여권 핵심 인사는 “이번에 선출될 최고위원은 6·3 지방선거 후보자를 최종 의결할 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보선 세칙을 정하는 과정부터 양측의 수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