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친윤’(친윤석열)으로 불렸던 3선의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농단’보다 비상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헌정농단’이 더욱 큰 죄”라며 “더 큰 잘못을 해 놓고 사과와 반성 없이 비판만 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에 참석해 12·3 계엄 사과를 거부한 장동혁 대표의 면전에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비판하는 꼴”이라고 말해 좌중의 이목을 끌었다. 윤 의원은 이날도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윤석열 전 대통령과도 절연하고 새 출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공개 비판 이후 당원들로부터 여러 응원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윤 의원은 “문자 폭탄 대신 ‘국민의힘에 희망이 보인다’는 메시지가 많았다. 합리적인 보수가 우리 당에 많다는 뜻”이라며 “이들과 함께 내년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국회 정무위원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Q : 장 대표를 “똥 묻은 개”라고 비판했다.
A : “우리 당이 지난 6개월 간 민주당을 비판해도 공허한 메아리였다. 계엄이란 헌정농단이 이 대통령의 국정농단보다 더 큰 죄이기 때문이다. 원죄를 씻지 않고서 비판만 하는 건 내로남불이다.”
Q : 장 대표가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하나.
A : “당연히 해야 한다. 민주당의 국정농단이 계엄의 원인이란 장 대표의 주장은 국민에게 외면 받았다. 윤 전 대통령과도 절연하고 새 출발해야 된다.”
Q : 장 대표에게 개인적으로 권유했었나.
A : “이미 11월에 ‘사과하는 방향이 맞다. 빨리 액션을 취하자’고 권유했다. 장 대표는 웃기만 하더라. 그러더니 지난 3일 정반대의 말을 했다. 우리 당이 갈 길이 없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Q : 내년 6·3 지방선거에 대한 걱정이 큰 것 같다.
A : “선거가 6개월도 안 남았다. 사과를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우리가 참패하면 이 대통령의 각종 범죄나 사법농단은 모두 정당화된다.”
Q : 지난 정권에서 ‘윤핵관’으로도 불렸다. 갑자기 노선을 튼 건가.
A : “윤 정부에서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아 ‘친윤’이란 인식이 생겼다. 그러나 전 정부에서 권력을 지닌 어떤 자리도 맡은 적이 없다. 비사를 얘기하면 끝이 없지만, 다 차지하고 당과 대한민국을 살리자는 뜻이 더 컸다.”
Q : 장 대표에겐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된다’고 했는데.
A : “지금은 열성 유튜브와 지지자들이 듣기 좋은 말만 하려 한다. 그런데 지도자라면 먼저 선거에 이겨야 할 것 아닌가.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선거를 승리하면 모두 갚을 수 있다.”
Q : 보수 유튜버들은 ‘배윤(윤석열을 배신한 사람)’이라고까지 한다.
A : “선거에서 지면 보수 유튜버들이 책임을 져주느냐. 그들은 자기 돈벌이 때문에 그렇게 한다. 우리가 그들 목소리에 의존하면 계속 쪼그라들 수 밖에 없다.”
Q : 지지자 반응은 어떤가.
A : “장 대표를 비판한 날 모르는 번호로 300개 정도의 문자 메시지가 왔다. 문자 폭탄을 예상했는데 응원 메시지가 많았다.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입니다.’ ‘탈당하려고 했는데 다시 지지하기로 했습니다’ 등이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보수가 우리 당에 많다.”
Q : 장 대표는 주말에도 보수 유튜브에 출연해 “꿋꿋이 나아가겠다”고 했다.
A :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됐을 때만 하더라도 우리 당은 살려고 온갖 몸부림을 쳤다. 탈당하고 분당도 하고, 그런 길을 거치면서 회생했다. 지금은 가만히 죽는 길로 가는 것 같다. 장 대표가 ‘선거에서 지면 내 책임’이라고 했지만, 당과 나라가 절단 나는데 혼자 무슨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가.”
Q : 장 대표의 ‘선(先) 지지층 결집, 후(後) 중도 확장’ 전략에 대한 평가는.
A : “지지층은 이미 결집했다. 과거에 우리를 지지했지만 마음이 떠난 사람들을 공략해야 한다. 중도 확장 없이는 선거에서 필패다. 강성 보수만 모아 콘크리트를 치려고 한들 의미가 없다.”
Q : 내년 선거 경선 룰에서 당심 비중을 70%로 확대하기로 했다.
A : “국민 여론 조사 100%를 해도 모자랄 판이다. 민심을 확대 반영해야 할 국면에서 거꾸로 간다.”
Q : ‘건진법사’의 공천 청탁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졌었다.
A : “특검이 나를 잡아 보려고 했지만, 금품을 수수했거나 비리에 개입됐다는 근거가 전혀 없었다. 건진법사란 사람이 내 이름을 팔아 금품 거래를 했다는 걸 미처 몰랐던 게 불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