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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널티킥 방향 알려주는 AI... 잉글랜드의 최첨단 월드컵

중앙일보

2025.12.0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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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열린 안도라(왼쪽)와 경기를 앞두고 도열한 잉글랜드 선수단. 로이터=연합뉴스
'축구 종가' 잉글랜드 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대비해 인공지능(AI) 기반 경기력 관리 시스템을 전면 가동한다.

BBC는 최근 "이미 엘리트 축구 무대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페널티킥 분석, 선수 컨디션 및 부상 관리, 전술 분석을 통한 상대 약점 파악에 도움이 되는 잉글랜드 전략의 핵심 기술"이라고 AI의 활약상을 전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의 벤치에는 선수와 코칭스태프와 함께 분석가, 데이터 전문가, 소프트웨어 개발팀이 함께 자리한다. 이들은 외부에서 구입한 분석 프로그램과 더불어 잉글랜드 축구협회(FA)가 자체개발한 소프트웨어도 운용한다. 복잡한 데이터를 코치진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제시하는 게 이들의 핵심적 역할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페널티킥 혁신'이다. FA의 분석 책임자 리스 롱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상대 선수의 페널티킥 성향을 알려준다"며 "월드컵 때는 상대국 47개국 선수들이 16세 이후 찼던 페널티킥 정보를 활용한다. 과거에는 한 팀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 닷새가 걸렸지만 이젠 5시간이면 된다"고 설명했다.

골키퍼는 승부차기 때 골대 옆에 물병을 세워두곤 한다. 잉글랜드 대표팀 골키퍼의 물병 표면에는 상대 키커의 자세한 페널티킥 정보가 담겨있다.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키커에게도 도움을 준다. 키커에게는 상대 골키퍼가 주로 어떤 방향으로 선택해 막는지를 알려준다. 롱이 FA에 합류한 이후 잉글랜드의 페널티킥은 크게 향상됐다. 유로 2020과 2020 카타르 월드컵 때 대표였던 코너 코디는 "유로 대회 직전에 큰 회의를 했다. 선수 별로 이 곳으로 차는 게 좋겠다는 정보를 주었다. 어디로 차라고 알려주니 오히려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잉글랜드는 2020년 이후 27번의 페널티킥에서 23번 성공했다.

AI 활용은 영국만 하는 건 아니다. 최근 들어 AI 축구 소프트웨어는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경기 중 수만 건의 움직임과 데이터를 추적하고, 전술 패턴을 읽어낸 뒤 이를 비디오와 그래픽으로 시각화해서 하프타임에 선수단에게 제공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BBC는 "최근 월드컵에서는 스페인·프랑스·아르헨티나가 더 좋은 성과를 냈지만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나라는 잉글랜드·독일·미국"이라고 평가했다.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의 엘리스테어맥로버트 교수는 "잉글랜드는 모든 연령대의 대표팀에 데이터 엔지니어, 분석가들이 포진해있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훈련장인 세인트조지스 파크에는 터치스크린과 3D 전술 보드가 갖춰진 '인터랙티브 회의실'도 새로 지어졌다.

인공지능은 선수들 컨디션 관리에도 활용된다. 잉글랜드 대표팀 식당에는 '웰빙존'이 있다. 이곳에서 선수들은 매일 아침 수면·통증·피로도 등을 입력한다. 이런 정보는 실시간 분석돼 코치, 물리치료사, 의료진 등에게 제공되고 훈련 강도와 식단, 회복 프로그램에 적용된다.

이같은 AI 기술은 국가 간의 축구 실력 차를 더 늘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아이슬란드의 분석가 톰 구달은 "잉글랜드는 막대한 자원과 자금, 인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 처리와는 극과 극"이라고 말했다. AI가 축구 관련된 직업을 없애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 이에 대해 롱은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코치의 결정을 보조하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이해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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