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이 최근 서구에서 확산하는 폴리아모리(polyamory)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혼인은 남성과 여성의 일생에 걸친 안정적이고 배타적인 결합임을 분명히 했다.
폴리아모리는 한 사람이 동시에 두 명 이상과 로맨틱하거나 성적인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관련된 모든 당사자와 상호 동의 아래 투명하고 정직하게 소통한다는 점에서 외도와 다르다. 또 파트너 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부일처제와 다르다.
바티칸은 지난달 25일 레오 14세 교황의 재가를 받은 새 교리 문헌 '한 몸: 일부일처제 찬미(One Flesh: In Praise of Monogamy)'를 발표했다. 이 문헌에는 "서구에서 다양한 형태의 비독점적인 결합, 이른바 폴리아모리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들어있다. 또 폴리아모리는 아프리카 지역 가톨릭 주교들이 '목회적 도전'이라고 호소한 일부다처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바티칸 교리부는 이번 문헌 발표가 아프리카 지역 주교들의 요청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일부다처 관습이 남아 있어 명확한 교리적 지침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서구 사회에서 다양한 형태의 폴리아모리가 확산하는 현상 역시 문헌 작성의 한 요인으로 언급했다. 문헌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온전히 자신을 내어줄 수 있을 때만 완전한 혼인이 성립하며 그 범위를 넘어서는 관계는 상대방의 존엄을 훼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40쪽 분량의 교리 문헌은 결혼은 남성과 여성의 결합임을 분명히 했다. 바티칸 교리부 장관 비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이에 대해 "서로에게 유일하고 배타적으로 헌신하는 결합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헌은 교회가 혼인 안에서 성을 바라보는 관점을 더 폭넓게 조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가톨릭 교리는 혼인 안의 성에 대해서 부부를 더 깊이 결합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비추는 차원인 '일치적 목적'과 자녀를 출산하는 '출산적 목적' 두 측면으로 이해해 왔다. 이에 따라 가톨릭 교리는 피임을 금지하고 있다. 바티칸은 이런 시각을 유지하고 있으나 교회 내부에서는 꾸준히 논쟁이 일고 있다.
"일치는 혼인의 근본적 속성"이라고 규정한 문헌은 "성의 일치적 목적은 단순히 출산을 보장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명시해 부부의 결합과 인격적 친밀성을 더 강조했다.
새 문헌은 일부일처 혼인을 인간의 존엄과 사랑, 성의 의미를 통합적으로 반영하는 결합으로 규정했다. 여러 형태의 비독점적 관계가 가져오는 혼란 속에서 교회의 일관된 가르침을 재확인하는 성격을 갖는다. 교리 문헌은 "일부다처와 간통, 폴리아모리는 관계의 강도가 여러 개의 얼굴을 바꾸는 데 있다고 믿는 환상 위에 서 있다"고 일침을 던졌다. 이어 "우리 시대는 사랑에 관한 여러 일탈을 겪고 있다. 이혼 증가와 결합의 취약성, 간통에 대한 가벼운 인식, 폴리아모리 권장이 모두 그렇다"고 지적했다.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문헌의 서문에서 오늘날 기술력이 무한히 확장한 세계적 환경을 지적하며 인간이 자신을 무한한 존재로 착각해 한 사람에게 전적으로 헌신하는 사랑의 가치를 멀리하게 된 현실을 우려했다.
이번 문헌은 동성 간 관계에 대해서는 별도로 다루지 않았다. 문헌은 또 이혼 문제를 직접 다루지는 않았으나 가톨릭교회가 공식적으로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은 다시 언급했다. 문헌은 또 "배우자가 학대 상황에 놓일 경우에도 관계에 머물러야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해 보호와 안전의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일부다처와 폴리아모리 확산이라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도 문헌은 가톨릭 혼인관의 본질인 일생·배타·일치의 결합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신자들에게 전통적 혼인의 의미를 성찰하도록 인도하는 내용으로 평가된다.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성경과 신학, 철학, 시문학에 기반해 혼인의 단일성을 설명하려 했다. 월트 휘트먼과 파블로 네루다, 에밀리 디킨슨,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구절까지 폭넓게 인용했으며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인용해 결론을 맺었다.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이를 데려오라. 그러면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