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압수수색까지 당한 40대 현직 부장판사가 전북지방변호사회가 선정한 올해 우수 법관 9명에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전주지법에 따르면 전북변호사회는 전날 ‘2025 법관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A 부장판사 등 전주지법 소속 우수 법관 9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전북변호사회는 “이들 법관은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품위 있는 언행으로 사건 관계인을 존중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엔 전북변호사회 회원 318명 중 172명(53.92%)이 참여했다. 2012년부터 매년 우수 법관을 뽑아 온 전북변호사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약 1년간 광주고법 전주재판부와 전주지법(지원 포함) 소속 법관 97명을 평가했다.
그러나 A 부장판사가 올해 우수 법관으로 호명되자 뒷말이 무성하다. 공수처는 고교 선배인 변호사 B씨(47)로부터 37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9월 26일 B 변호사와 함께 A 부장판사의 전주지법 집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가 법원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2020년 7월 출범 이후 처음이다. 전주지법도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대상이 된 건 최초다.
━
“상식 밖” 지적…전북변호사회 “혐의 확정 안돼”
이 사건은 지난 4월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A 부장판사와 B 변호사를 형법상 수뢰·뇌물공여죄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불거졌다. 고발인은 B 변호사와 이혼 소송 중인 아내였다. 전북경찰청은 “현직 판사는 법률상 공수처 수사 대상”이라며 지난 5월 공수처에 사건을 넘겼다.
고발장엔 바이올리니스트인 A 부장판사 아내가 B 변호사 로펌 소유 사무실(111㎡)을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약 8개월간 무상으로 사용하고, B 변호사 초등학생 아들의 바이올린 레슨비 명목으로 현금 300만원과 향수·옷 등 370만원 이상 금품을 받은 게 위법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이에 대해 A 부장판사는 “아내가 B 변호사 부부 아들에게 바이올린 레슨을 했다”며 “(해당 금품은) 레슨비와 선생님과 학부형 관계에서 받은 것으로, (판사) 직무와는 관련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A 부장판사가 우수 법관까지 되자 지역 법조계 안팎에선 “상식 밖”이란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변호사는 “집행부가 사건을 알고도 걸러내지 못한 것은 문제”라며 “법관 평가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학수 전북변호사회장은 “기소도 안 됐고 혐의가 확정된 부분이 없는데, 높은 점수를 받은 법관을 명단에서 빼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했다”며 “규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사후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