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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의혹 공수처 수사받는 부장판사… 전북변호사회 '우수 법관' 선정 논란

중앙일보

2025.12.08 18:25 2025.12.0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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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전주지방법원 부장판사와 지역 로펌 변호사의 뇌물수수 및 공여 의혹과 관련해 전주지법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지난 9월 26일 전주지법 청사 모습이 조형물 안에 담겨 있다. 연합뉴스


전북변호사회 ‘올해 우수 법관’ 9명 발표

뇌물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압수수색까지 당한 40대 현직 부장판사가 전북지방변호사회가 선정한 올해 우수 법관 9명에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전주지법에 따르면 전북변호사회는 전날 ‘2025 법관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A 부장판사 등 전주지법 소속 우수 법관 9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전북변호사회는 “이들 법관은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품위 있는 언행으로 사건 관계인을 존중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엔 전북변호사회 회원 318명 중 172명(53.92%)이 참여했다. 2012년부터 매년 우수 법관을 뽑아 온 전북변호사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약 1년간 광주고법 전주재판부와 전주지법(지원 포함) 소속 법관 97명을 평가했다.

그러나 A 부장판사가 올해 우수 법관으로 호명되자 뒷말이 무성하다. 공수처는 고교 선배인 변호사 B씨(47)로부터 37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9월 26일 B 변호사와 함께 A 부장판사의 전주지법 집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가 법원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2020년 7월 출범 이후 처음이다. 전주지법도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대상이 된 건 최초다.

전주지법 소속 A 부장판사의 아내가 지난해 3월 B 변호사 로펌 측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사무실에서 B 변호사의 초등학생 아들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A 부장판사 아내는 이곳에서 바이올린 교습소 개설을 준비했지만, 건물 용도 변경이 불발돼 무산됐다. 사진 B 변호사 아내 B 변호사가 지난해 9월 4일 A 부장판사 부부에게 추석 선물로 건넨 견과류 선물 세트. 이 안에 현금 300만원이 든 봉투가 들어 있었다는 게 B 변호사 아내 주장이다. 사진 B 변호사 아내


“상식 밖” 지적…전북변호사회 “혐의 확정 안돼”

이 사건은 지난 4월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A 부장판사와 B 변호사를 형법상 수뢰·뇌물공여죄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불거졌다. 고발인은 B 변호사와 이혼 소송 중인 아내였다. 전북경찰청은 “현직 판사는 법률상 공수처 수사 대상”이라며 지난 5월 공수처에 사건을 넘겼다.

고발장엔 바이올리니스트인 A 부장판사 아내가 B 변호사 로펌 소유 사무실(111㎡)을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약 8개월간 무상으로 사용하고, B 변호사 초등학생 아들의 바이올린 레슨비 명목으로 현금 300만원과 향수·옷 등 370만원 이상 금품을 받은 게 위법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이에 대해 A 부장판사는 “아내가 B 변호사 부부 아들에게 바이올린 레슨을 했다”며 “(해당 금품은) 레슨비와 선생님과 학부형 관계에서 받은 것으로, (판사) 직무와는 관련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A 부장판사가 우수 법관까지 되자 지역 법조계 안팎에선 “상식 밖”이란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변호사는 “집행부가 사건을 알고도 걸러내지 못한 것은 문제”라며 “법관 평가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학수 전북변호사회장은 “기소도 안 됐고 혐의가 확정된 부분이 없는데, 높은 점수를 받은 법관을 명단에서 빼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했다”며 “규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사후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고 했다.




김준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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