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필리버스터 중지법’(국회법 개정안) 등 법안 강행 처리에 맞서려는 국민의힘이 9일 ‘릴레이 필리버스터’로 맞불을 놓을 방침이다.
특히, 5선 중진 나경원 의원을 시작으로 조배숙(5선), 김상훈(4선), 추경호(3선) 의원 등 다선 의원을 필리버스터에 대거 투입한다. “중진 의원까지 전면에 내세울 만큼 절박한 상황”(원내 지도부)이라는 게 국민의힘 설명이다.
여야의 ‘필리버스터 정국’은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본회의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필리버스터 중지법과 내란전담재판부 도입, 대법관 증원 등 사법 개혁 법안을 ‘악법’이라 규정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이 전날 필리버스터 유지 요건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9일 본회의에 올리지 못할 것 같다. 비쟁점 법안 위주로 처리할 생각”(한정애 정책위의장)이라며 한 발 물러섰지만, 국민의힘은 “비쟁점 법안이라도 필리버스터에 돌입한다”(원내 관계자)며 강경한 입장이다.
국민의힘이 중진 의원을 필리버스터 정국에 투입한 배경엔 연말 지지율 난조와 민주당의 법안 독주라는 악재가 겹친 상황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전날 진행된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상임위원회 별로 돌아가면서, 다선부터 필리버스터에 나선다”는 방침을 전파했다고 한다. “중진이 앞장서서 참전하겠다는 선포이자, 필리버스터에 모든 의원을 투입하겠다는 선언”(원내 관계자), “중량감 있는 중진이 나서 국민을 설득하겠다는 의미”(초선 의원)라는 설명이다.
첫날 필리버스터엔 나경원 의원 외에도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곽규택 의원, 최근 법사위로 옮긴 김재섭 의원 등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전면에 선다. 법사위 의원들부터 시작하는 이유에 대해 원내 지도부는 “비쟁점 민생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하면 국민들께서 의아해하실 수 있다.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맞서 필리버스터가 필요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법사위 이후엔 정무위원회가 배턴을 넘겨받아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의원과 정무위 간사인 강민국 의원이 뒤를 잇는다. 정무위 이후로는 기획재정위원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필리버스터에 투입되고 마찬가지로 소중진들이 전면에 선다. 지난 9월 민주당의 정부조직법 등 개정안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필리버스터에 박수민(초선)·유상범(재선) 의원 등 초·재선 위주로 배치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실시하는 기간 동안 9~10명 의원으로 구성된 본회의 지킴조도 편성했다. 자정부터 6시간씩 끊어 하루 4개 조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제한법이 통과될 가능성에 대비해 ‘60명 조 편성’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 전까지는 9~10명 최소 의원들만 대기조를 편성해 체력을 아끼고 부담을 던다. 연말까지 필리버스터 장기전을 준비하겠다는 계획 때문이다. 한 원내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휴일이나 국회의장의 해외순방 등 일정과 상관 없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방침”이라며 “민주당이 임시회의를 소집하면 언제든 필리버스터에 나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그간 민주당의 필리버스터 중지법을 “소수 야당이 가진 최후의 저항 수단마저 짓밟는 법”이라며 반대해왔다. 이 법은 필리버스터 진행 중 재적 의원 5분의 1 이상(60명 이상)이 출석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중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개정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전략을 쓰기 위해 매번 소속 의원(107명) 절반 이상이 본회의장을 지켜야 한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법안인 내란재판부 설치법은 여권 내에서도 위헌 우려가 제기됐을 만큼 갈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