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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온열치료 등 '과잉 우려' 3개 비급여, 앞으론 병원 마음대로 못해

중앙일보

2025.12.08 21:20 2025.12.09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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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정형외과의 모습. 뉴스1
앞으로 환자가 도수치료·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방사선 온열치료 등 3개 비급여를 이용할 때 '고무줄' 진료 대신 통일된 가격·기준이 매겨진다. 병·의원 자율에 맡겨지던 이들 항목의 과잉 진료 우려가 커지면서 관리급여로 새로 지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체 비급여와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라 더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9일 열린 제4차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에서 이처럼 결정했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의사·환자·전문가 등이 참여해 비급여 적정 관리를 위한 세부 방안을 마련하는 기구다. 지난 3월 정부가 과잉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관리급여에 포함하되, 별도 관리 체계에 두는 등의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한 뒤 꾸려졌다.

협의체는 지난달 3차 회의에서 도수치료 등 5개 항목을 관리급여 후보군으로 우선 검토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날 치열한 논의를 거쳐 도수치료·온열치료·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등 3개를 관리급여로 선정했다. 다만 체외충격파 치료와 언어 치료를 관리급여 대상에 포함시킬 지 여부는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비급여 팽창, 의료비 부담·필수의료 기피 부추겨

차준홍 기자
도수치료 등의 항목은 실손보험 등과 결합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늘리고, 의사의 인기과 쏠림, 필수의료 기피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도수치료는 비급여 진료비, 실손보험금 항목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할 만큼 시장이 팽창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관의 도수치료 연간 진료비 규모(지난해 3월분 보고 기준)는 1조4496억원에 달한다.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2244억원), 방사선 온열치료(996억원)도 적지 않다.

이러한 비급여는 현재 병·의원 마음대로 가격을 매기고 뚜렷한 진료 기준 없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관리급여로 지정되면 건보 체계 안에서 적응증(치료에 따른 효과가 기대되는 질환·증상)과 수가(의료 서비스 대가), 횟수 등을 통제받게 될 전망이다.



본인 부담률 95%…실손 보험금 크게 안 바뀔 듯

서울의 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모습. 연합뉴스
환자 입장에선 지금보다 도수치료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오를 수도 있다. 진료비의 5%만 건보 재정에서 부담하고, 나머지 비용 95%는 환자가 내야 해서다. 하지만 의료기관마다 천차만별인 진료 대신 균일한 가격이 적용되고, 의학적 필요성에 맞춰 적정 수준의 진료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현재 보장받는 수준에서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비급여로 인한 보험사의 손실이 줄어 보험료 인상 압박이 줄어들 수 있다. 대신 의학적 필요성을 넘어선 과잉 진료는 지금과 달리 아예 보험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 선정된 3개 비급여는 적합성평가위원회·전문평가위원회의 평가 후 건강보험 정책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급여 기준·가격 등을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 1분기부터 적용하는 걸 목표로 잡고 있다"면서 "처음 도입하는 제도인 만큼 일단 제도 안착이 중요하다. 시행 상황을 보면서 비급여 항목 추가 등을 추가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풍선효과로 효과 적을 수도"…의료계는 반발

지난 1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선 과도하게 커진 비급여 시장을 제대로 통제해야 하는데, 3개 항목만 선정된 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협의체 위원은 "수많은 비급여 중에서 3건만 관리하면 또 다른 비급여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관리급여의 실질적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라고 밝혔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현재 비급여는 실손보험과 맞물려 양쪽 재정을 동시에 낭비하는 구조"라며 "치료 목적이 큰 비급여는 정부가 가격·목록을 표준화하는 등 강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관리급여 영향을 받는 정형외과·재활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 등의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한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병원 수입 60~70%가 날아갈 수 있다. 비급여를 국가가 통제한다는 건 다 죽으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태연 대한의사협회(의협) 실손보험대책위원장은 "겉으로는 환자 부담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러한 치료 자체가 없어질 것"이라면서 "환자가 원하는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이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의협은 헌법소원 제기, 협의체 불참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정종훈.채혜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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