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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철도·생활유적 쏟아졌다… 부산항 아래 잠든 100년 근대사 유물 확인

중앙일보

2025.12.08 21:21 2025.12.08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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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우선 등재목록에 오른 부산항 제1부두 발굴 조사에서 일제강점기 조성됐던 항만 및 철도 변화상을 엿볼 수 있는 유적과 미군·일본군이 사용하던 생활용품 등 유물이 다수 출토됐다.

지난 9월 시작된 부산항 제1부두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술병과 미군 전투화 굽, 식기 등 생활사 유물. 사진 부경문물연구원


항만ㆍ철도ㆍ생활유적 쏟아졌다

9일 부산시와 문화재 연구ㆍ조사기관인 부경문물연구원(이하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9월부터 현재까지 진행된 부산항 제1부두 일원 발굴 조사에선 일제와 미군이 조성ㆍ확장한 항만 및 철도와 철도역사 기초 토대 등 1910~1970년 근대ㆍ한국전쟁기 유적이 다수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부산시가 부산항 일대 역사적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원에 의뢰해 시작됐다. 제1부두 서쪽의 옛 국제여객터미널 자리와 그 일대 면적 4450㎡ 구역이 대상이다. 콘크리트층을 걷어내 2.5m 깊이까지 지층을 조사하는 등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이달 말까지 보고서가 작성될 예정이다.

지난 9월부터 진행된 부산항 제1부두 발굴 조사에서 확인된 1920년대 철도 3선 선로 흔적. 사진 부경문물연구원
부산시와 연구원은 1910년대부터 조성ㆍ확장된 항만 및 철도 관련 시설의 흔적이 확인된 점에 주목한다. 연구원 관계자는 “부산항 돌제식 부두(해안선에 직각 혹은 경사지게 돌출해 조성한 부두)를 만들 때 돌제 부위 매축(매립+성토)이 1910년에 처음 이뤄졌고, 이후 1924년에 2차 매축을 했다. 이번 조사에선 1ㆍ2차 매축의 경계가 정확히 확인됐다”며 “1차 매축 이후 돌제 상부에 부산잔교역이 들어섰는데, 당시 역사 건물 승강장과 2선 철로가 있던 위치 등도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1924년 2차 매축을 통한 부두 확장 후 기존 2선 철로가 3선으로 증설됐다. 이번 조사를 통해 실제 승강장과 철로가 조성됐던 구간 및 길이ㆍ폭 등이 당시 제작된 지도와 일치한다는 점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Made in USA’가 적힌 미군 전투화굽과 오사카 공업이 군납했던 일본군 칫솔을 포함해 술병, 식기 등 생활 유적 또한 다수 출토됐다고 한다.



피란수도 유적 고스란히… 이달 국가유산위 회의

부산항 제1부두는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피란수도 부산의 핵심 항만이자 물류 거점으로 군수물자와 원조ㆍ생필품 등이 드나드는 국제항의 창구로 기능했다. 지난해 5월 부산시 등록문화 유산으로 지정 고시됐고, 지난달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에 포함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우선 등재목록에 선정됐다.
지난 9월부터 이뤄진 부산항 제1부두 발굴 조사에서 확인된 1920년대 천막지. '부두관리 완전무결'이라는 글씨와 군의 것으로 추정된느 마크가 찍혀있다. 사진 부경문물연구원

우선등재목록은 잠정목록 가운데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보호ㆍ관리 계획 등을 충족하는 유산이라는 의미다. 잠정목록 → 우선등재목록 → 예비평가 대상 → 등재 신청 후보 → 등재 신청 대상 순서로 진행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신청 절차에서 두 번째 단계에 해당한다.

부산시는 부산항 제1부두 항만시설의 리모델링을 통해 일대를 국제 창업허브로 조성할 계획을 수립해둔 상태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제1부두 일원 발굴을 먼저 진행한 후 조사 결과에 따라 창업허브 조성 계획을 수립하라는 부산국가유산위원회 의견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며 “현재 출토된 유적의 가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 오는 24일 국가유산위원회 회의에서 구체적인 평가 및 창업허브 조성 방향 수립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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