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입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작심한 듯 준비해온 메모지를 든 채 “종교재단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는데요.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을 둘러보며 “매우 심각한 상황” “정말 중요한 헌법 위반 행위” 등 강한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종교가 정치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한 건 헌법적 결단인데, 이걸 어긴 사례가 있지 않느냐는 겁니다.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일각에선 “통일교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일본의 종교 재단 법인 해산명령 조치를 언급하며 관련 부처 검토를 지시했는데, 실제로 일본 법원이 지난 3월 아베 신조 전 총리 암살 사건을 계기로 신도들에게 과도한 헌금을 강요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에 대해 강제 해산 명령을 내린 바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귀동 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결국 통일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계산이 강하게 깔린 발언”이라고 분석합니다. 조 실장은 “일종의 프레임으로 ‘국민의힘은 극우 개신교 세력과 유착 관계인 건전하지 못한 정치 세력’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겠다는 것”이라고 보는데요. 그는 이 대통령이 과거 종교와 각을 세워 성공한 경험이 영향을 줬을 거라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오늘 더중앙플러스 팟캐스트 ‘뉴스페어링’은 조 전략실장과 함께, 종교와 정치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Q : 이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한 종교단체 해산’에 대해 발언한 배경은 무엇일까.
일단 직접적으로는 통일교 문제와 연관이 있다고 본다. 통일교 불법 정치헌금 문제를 계속 이슈로 끌고 가겠다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서 보면, 통일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는 부산시 교육감 선거 문제 때문에 구속 상태이지 않나. 마찬가지로 극우 개신교 교단 정치 개입, 극우 개신교 세력과 국민의힘 정치인들 간 유착 관계를 문제 삼아 추가적으로 치고 나갈 수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이건 사정 정국에서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일종의 프레임으로 ‘저 정당은 극우 개신교 세력과 유착 관계인 건전하지 못한 정치세력’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또 기본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종교와 각을 세워 재미를 본 적 있는 인물이다. 통상적으로 정치인이 종교와 각을 세우면 손해를 본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인데, 이 대통령은 2020년 경기지사 시절 코로나 방역 지침을 이유로 신천지 본당에 본인이 직접 찾아간 적이 있다. 그러면서 코로나 방역을 위해 종교와 과감히 싸우는 정치인 이미지로 어필하는 데 성공한다. 본인 입장에서는 ‘종교와 잘 싸우면 나는 손해 볼 게 없다’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